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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Jan 07. 2020

다문화주의자_13

“그리고… 오빠도 알겠지만 우리도 이젠, 결혼을 생각해야할 나이잖아.”


결혼? 그녀의 말이 맞았다. 삼십대 중반을 향해가는, 연애한지 3년째인 남녀가 결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테니까. 하지만 그는 아직은 결혼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 명확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아직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과연 그녀도 같은 생각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가 결혼이란 단어를 입에 올린 게 오늘이 처음은 아니었으니까. 


“그 문제라면 내 생각에는…” 그는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지금은 아직―”


그녀가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미세하게 느껴지는 날카로움이 담긴 목소리였다.


“지금은 아니라는 거야?”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고 생각하는데?”


대답을 요구하는 그녀의 시선이 집요하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지금으로선 결혼생각이 없어.”


“왜? 오빠도 서른다섯 전에는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었잖아.”


“그때랑은 또 생각이 달라졌어. 나이 때문에 떠밀리듯 결혼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그건 오빠생각이고, 나는? 나는 서른셋을 넘기고 싶진 않단 말이야.”


그녀가 결혼에 대해 조급해해야할 이유는 있었다. 그녀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여자는 아니었으니까.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 근데 얘기했듯이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해야할지 고민 중이야. 만약 그 고민의 결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온다면, 나란 사람과 관련한 경제적인 상황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드리워지게 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결혼이란 단계로 진입할 수 있겠어? 그건―”


“오빠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더라도 영원히 아무 것도 안 할 건 아니잖아. 그리고 나는 지금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할 거고. 그거면 된 거 아니야? 오빠가 잠깐 탐색기를 갖는 거랑 결혼이랑 충돌할 이유는 없는 거 아니냐고.”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918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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