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그럼? 그럼 어떻게 얘기해야 되는 건데?”
그녀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싫어하는 그녀의 태도 중 하나였다.
“나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단순히 일 문제만이 아니야. 그러니까 돈 문제만이 아니라고.”
“그럼 어떤 문젠데?”
이미 식사분위기는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그는 그 이상 더 분위기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그냥 좀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해. 어쨌든 내 말 때문에 기분 상했다면 사과할게.”
그녀는 무언가를 더 말하려 했다. 그러나 다음순간 자신을 자제시킨 것 같았다. 한동안 둘 사이엔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고, 그는 기계적으로 앞에 놓인 접시에 담긴 음식을 포크로 찔러 입안에 넣었다.
식사를 마치고 그들이 향한 곳은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소극장이었다. 혜진이 한 달 전부터 보고 싶다고 했던 뮤지컬이 공연되는 곳.
배우들의 노래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스토리는 참아주기 힘들만큼 진부했다. 그는 관람 내내 알 수 없는 피곤함을 느꼈다. 아니 어쩌면 피곤함보다는 졸음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참을 수 없어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한 게 아홉 번은 넘었을 거다. 당장 오피스텔로 돌아가 한숨 푹 잘 수만 있다면…….
“어땠어?”
극장 밖으로 걸어 나오며 그녀가 물었다.
“그럭저럭 볼만 했어.”
“거짓말. 내내 하품만 하던데?”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풀려 있었다. 극장 안에서의 시간이 어떤 작용을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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