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면 일찍 들어가서 쉬어.”
잠시 그녀의 얼굴을 살피던 그가 물었다.
“그래도 돼?”
갑자기 그녀가 픽 웃었다. 그리곤 말했다.
“내가 왜 오빠를 좋아하는 지 알아?”
“왜?”
“오빠한테는 순수함이 있어.”
“순수함?”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살며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녀와 헤어져 오피스텔로 돌아오며 그는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만약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면 오늘처럼 그렇게 그녀에게 “나는 지금으로선 결혼생각이 없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럴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가 어려운 질문이 되어버렸다면 이미 그 사랑은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금방이라도 눈을 뿌릴 듯 잔뜩 흐린 하늘이 더없이 우울해 보였다.
출판사와 협의한 연재 분량이 다 되어 연재를 종료합니다. 소설의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다문화주의자>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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