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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Jan 03. 2020

다문화주의자_11

박 부장은 그가 선택한 주제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욕을 갖고 열심히 취재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내 보다 시장성 있는 기사를 쓸 필요도 있음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시장성 있는 기사? 젠장, 아파트 분양광고라도 쓰라는 건가? 


피곤이 몰려왔다. 내일은 늦게까지 잘 수 있는 토요일이었다. 우선은 그것에 감사하며 다른 생각은 접어놓고 푹 자는 게 최선인 것 같았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눕자 피곤에도 불구하고 다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찾아왔다. 기획취재팀에서의 한 달여의 실험은 실패로 결론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자 그렇다면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자기도 모르게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밤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3    

그가 혜진과 향한 곳은 그녀가 좋아하는 대학로의 브런치 레스토랑 ‘여유로운 하루’였다. 주문한 세이보리 프렌치 토스트가 나오자 그녀는 즐거운 듯 뭐라고 혼잣말을 하더니 그를 보며 웃었다. 


종훈이 그녀를 만난 건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이었다. 친구 인성을 통해 소개받게 된 그녀는 그보다 두 살 어린 편집 디자이너였다. 그녀가 일하고 있던 패션 잡지는 신문사 못지않게 일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그럼에도 그들은 용케 만남을 이어가며 3년째 연애 중이었다. 


때때로 그는 자신이 그녀의 어떤 면을 좋아하는 걸까 자문해보곤 했다. 그런 걸 스스로에게 묻는다는 게 사랑이 식었다는 증거는 아닐까, 하는 의혹을 느끼면서. 물음에 대한 뚜렷한 결론은 얻지 못했다. 그냥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자신과 마찬가지로 모호하고 복합적인 이유로 상대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을 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918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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