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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Jan 02. 2020

다문화주의자_10

물론 그는 사람들로부터 대단한 존경을 받기 위해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쓰레기 취급 받기를 원했던 것 또한 아니었다. 그런데 그의 직업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겠느냐는 말이다. 박 부장이나 최 국장처럼 사주의 비위를 맞추며 줄어드는 매출을 광고영업 같은 것으로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삶을 사는 것? 이 조직에 그대로 남는다면 그것이 그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모델은 상현이었다. 상현은 그보다 3년 먼저 입사한 선배기자였는데 (그와 가장 친한 동료이기도 했었다) 두 달 전 퇴사한 후 지금은 다른 언론사―시사주간지였다―에서 일하고 있었다. 얼마 전 통화했을 때 상현은 현재 일하고 있는 곳이 대단히 만족스럽고, 사명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현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말은 절반의 진실만을 담고 있을 뿐이라고 느꼈다. 그만큼 그는 언론계를 회색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단순히 ‘회색빛 관점’에서만 나온 결론은 아니었다. 객관적인 근거 자료도 있었다. 그것은 상현이 몸담고 있는 주간지의 발행부수였다. 몇 년 전까지 시사 주간지로는 국내 발행부수 1위를 차지했던 그 주간지의 10년 전 주당 발행부수는 7만부 정도였다. 현재는? 2만부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정도 수준으로 매출이 쪼그라든 조직에서 일한다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는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느꼈다.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고나 할까? 그러던 차에 인사이동이 있었고 그는 출입처가 따로 없는 기획취재팀에 발령받게 되었다. 그것은 그에게 최후의 선택을 위한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다. 이곳에서 내가 처음 신문사에 입사했을 때 꿈꿨던 기사들을 써보자. 언론인으로서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보자. 만약 이곳에서도 여전히 그것이 불가능한 일로 판명된다면 그때는 미련 없이 여기를 떠나자. 그런 생각으로 그가 선택한 주제가 바로 다문화, 이주노동자 문제였던 것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918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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