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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May 30. 2020

<유럽의 죽음> 중
















델솔이 말한 것처럼 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쾌락에 의지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성의 거대한 몰락은 종종 일종의 냉소주의를 초래한다. 모든 희망이 사라졌으니 최소한 재미나 보자는 식이다> 델솔이 지적하듯이 누구보다 소련 지도자들이 자신들 특유의 유토피아적 이상에 대한 신념을 잃자 바로 이렇게 행동했다. 절대적 신념을 가지고 목숨까지 바쳐야했던 체제가 작동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거짓임이 밝혀졌을 때, 소비에트 제국의 엘리트 카스트는 바깥세상의 상상을 초월하는 비참한 현실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개인적 안락과 향락에만 몰두하는 식으로 대처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은 소련 지도자들의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  

   

오늘날 서유럽 사회에는 이 특유의 세계관이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 연예 산업뿐만 아니라 정보 산업까지도 상당히 피상적인 종류의 개인적 쾌락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다. 영국에서 유명한 무신론 버스 캠페인 광고의 문구를 보라. <아마 하나님 같은 건 없을 겁니다. 이제 걱정일랑 그만두고 삶을 즐기세요.> 우리가 그 삶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하나밖에 없다.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이 공백을 무엇이 매울지 누가 알겠는가만, 당분간은 그 답이 소비주의 문화를 즐기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래가지 않는 물건을 계속해서 사들이고 그 물건을 대신하기 위해 새로 나온 똑같은 물건을 산다.     


이런 생활방식은 그 장점이 무엇이든 간에 많은 것들에 의지한다. 우선 사회에 속한 최대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생활방식에 만족하면서 다른 어떤 의미도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이 생활방식이 무한정 계속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경제적 추세가 상승하는 동안에만 이런 생활방식이 지속 가능하다는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열심히 일해야 할 것이다. 만약 경제가 잘 되지 않고 유럽인들의 생활수준이 하락한다면, 현명한 정치 지도자라면 여러 차례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음을 알 게 분명하다.     


-더글러스 머리 <유럽의 죽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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