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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Jun 06. 2020

소설이라는 예술_14

음악도 문학만큼이나 마음의 혼란, 급격한 감정 변화, 슬픔, 또는 절대적 환희를 이끌어낼 수 있다. 회화도 문학만큼이나 세상의 아름다움에 경탄하게 하고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생성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영혼과, 그 영혼의 총체를 만난다는 기분, 그 영혼의 나약함과 위대함, 한계, 비루함, 편견, 믿음, 요컨대 그 영혼을 감동시키고, 그 영혼의 관심을 끌며, 그 영혼을 흥분시키고, 그 영혼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것과 만난다는 그 기분은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다. 오직 문학만이 친구와의 대화로도 가능하지 않을 보다 직접적이고 보다 완벽하며 보다 심도 깊은 방식으로, 망자의 영혼과 만나게 할 수 있다. 우정이 깊고 끈끈한 친구와 대화할 때조차 백지 앞에서 익명의 누군가를 상대로 이야기할 때처럼 허심탄회해지지 않는다. 물론 문학의 경우 문체의 아름다움이나 문장의 리듬이 중요하다. 작가의 성찰의 깊이와 사상의 독창성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작가는 무엇보다 자신의 작품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인간존재다. 요컨대 글을 아주 잘 쓰건 못 쓰건 이것은 나중 문제이고, 중요한 것은 그가 글을 쓰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작품 속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셸 우엘벡 <복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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