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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Mar 27. 2019

<예기치 못한 기쁨> 서평

제가 쓴 서평이 <쿰> 회보 2월 호에 실렸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길^^


한 인간의 회심기를 읽는다는 건 유익하면서도 흥미로운 일이다. 거기에는 저자의 개인서사와 함께 그가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리스도를 자신의 구주로 영접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그의 경험을 간접체험하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며 신앙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이들이 지속적으로 회심기를 읽는 것이리라.    


<예기치 못한 기쁨>은 현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 작가 C. S. 루이스의 회심기이다. 루이스의 글이 현시대에도 여전히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자신이 신앙을 버렸다 다시 신앙으로 돌아온 회심자로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어조로 기독교 신앙을 변증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체 루이스 자신은 어떻게 다시 기독교 신앙을 회복하게 된 것일까? 그에 대한 답으로 집필된 책이 <예기치 못한 기쁨>이다.    


34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분량에서 짐작할 수 있듯 루이스의 회심은 한순간에 벌어진 사건은 아니었다. 그것은 긴 시간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변화였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은 참으로 다양한 것들을 사용해 루이스를 자신에게로 이끄셨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기쁨’이었다. 기쁨이라는 현상을 통해 그를 기쁨의 근원이신 하나님 자신에게로 이끄는 것이 하나님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보자면 이 책은 ‘기쁨’이라는 하나님의 방법과 그 방법에 이끌리어 조금씩 하나님께로 다가가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겠다.     


어린 시절 루이스는 신비로운 자연을 바라보며 ‘강렬한 갈망’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기쁨을 느꼈다. 그러나 그런 기쁨은 억압적인 기숙학교의 교육방식 아래서 천천히 메말라가게 된다. 기쁨에 대한 기억과 갈망이 거의 사라진 것처럼 여겨지던 순간, 구원의 동아줄이 그에게 내려오는 데 그것은 바로 문학이었다. 그는 문학작품들과의 만남을 통해 기쁨의 순간을 회복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기쁨의 순간’, ‘기쁨의 감각’에서 기쁨을 주시는 존재, 기쁨의 근원에게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은 더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다. 결과적으로 회심으로 이어지는 그 사건에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그에 대해 루이스가 쓴 글을 짧게 인용하고자 한다.     


우리가 이미지와 감각을 ‘기쁨’ 그 자체로 착각해서 우상숭배를 하더라도, 그 이미지와 감각 자체가 곧 정직한 고백을 터뜨릴 것이다. 그것들은 마지막 순간에 한결같이 이렇게 외쳤다. “난 네가 찾는 그것이 아니야. 난 그것을 상기시키는 존재일 뿐이야. 봐! 보라구! 내가 무엇을 상기시키지?” _<예기치 못한 기쁨> 중    


이미 루이스의 글을 접해본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모든 과정들은 치밀하고 생생하게―거기에 더해 격조 있게―그려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신앙’의 범주를 뛰어넘어 ‘문학’ 읽기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독자에게도 충분한 만족감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유익이 있다. 그것은 교육과 자녀양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해보게 한다는 점이다. 루이스는 1898년에 태어나 1963년에 죽었다. 그의 시대의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방식이나 기숙학교의 교사가 학생을 대하는 방식, 또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들은 분명 지금보다 더 전근대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이 그때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으리라. (인간의 죄성이란 시간의 경과와 그에 따른 진보를 통해 완전히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루이스가 책의 절반을 할애해 다루고 있는 자신의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대한 회상과 논평은 모든 부모들, 교육자들에게 보다 바람직한 방식의 교육과 관계 맺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제공해줄 거라고 믿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책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유익은 참으로 다양하다고 하겠다. 루이스를 사랑하고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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