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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명가K Jun 01. 2023

#49. 숨기고 싶은 거짓말

그러고 보면 내 인생은 시작부터가 그랬다. 출생신고일과 실제 태어난 날이 틀리고 해마저 바뀌다 보니 나이도 고무줄이었다. 아얘 몰랐다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한 살 덜 먹게 하려는 전략이었다!라는 Daddy의 말은 나를 생각해서 그래주셨구나 라는 감사함을 가져야 했다.


 어릴 적부터 가정의 불화가 깊었는데, 우는 모습의 엄마를 웃게 해주고 싶었다. 늘 엄마 곁을 지키며 식사시간이 되면 수저젓가락도 놓고, 테이블 세팅도 돕고. 그렇게 집에서는 엄마에게 효도하는 아이가 되고 싶었다. 밖에서는 이중성이 짙었다. 이기적이었고, 친구도 사귀는 것이 쉽지 않았고, 청소년시기에는 반항심이 너무 높아져 말 그대로 문제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는 것은 싫어하는 오기가 있다 보니 그럴저럭 모범생 타이틀로 지냈다. 학급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했지만 되려 방황을 주도하다 보니, 노는 반장, 혁명가 회장 등 나의 이중성은 짙어만 갔다. 모범생이지만 날라리. 그것이 숨길 수 없는 나였다. 집에서는 숨어 지냈다. 집은 내 문제를 드러내는 곳이기보단 해결해야 할 과제 같은 곳이었다.


 

 이런 나의 근원적인 고충은 대학과 군대를 지나 직장을 만나게 되었고, 나 스스로를 숨기면서 지내는 것이 내가 되어버렸다. 회사에만 충성한다는 거짓말은 꼭 필요한 거짓말이다. 회사는 충성하는 노예에게만 관심이 있다. 나를 다 드러내보여서 얻을 것이 없다. 숨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거짓말은 양념이다. 나를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다.


때론 이해하기 힘든 진실을 맞닿기보다 서로 모르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진실은 나이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선 나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살기 위함이다.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조금만 조사를 당해도 들통나기 일쑤다.



나의 이익을 위한 한 메일의 서신이 경영진급의 상사들에게 들통난 적이 있다. 그 건으로 인해 수익을 만든 것은 없었지만 만들 자신이 있었다. 담당도 아닌 곳에 개인적인 메일을 보내고 메일에는 사적인 의도가 보였기 때문에 질타를 받고 짤릴 각오를 해야 했다. 다행히 더 크게 번지지 않고 감싸주셨기에 아직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이렇게 숨기는 것도 사실 어렵고 또 미숙하다.


노예혁명 49. 숨기기는 쉽지 않다.
나를 위해 각오를 담아 노력해보자.


숨기면서까지 하는 것이 체질상 맞지 않는 분들은 떳떳하게 퇴사의사를 밝히거나 육아휴직을 쓰고 자기의 사업에 몰두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그것도 패기 있어 좋지만, 조직 내외의 장단점이 분명하고, 어떤 조직이던지 배울 점과 배워야 할 멘토들이 있다면 이는 잘 생각해 볼 문제이다. 거짓말이 힘들더라도 조금은 활용해 보자. 진실의 방에서만 지내기에 이 세상은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진실을 목표로 향해 가자.

언젠가는 내 회사도 내 명의일 때가 올 것이고,

나의 글에도 내 이름 석자로 공개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를 기다리며 지금은 웅크리고 지내자.

이것이 비굴한 것이 아니다.

세상에 순응하는 것이다.

나의 진실의 무게를 감당하기에 세상의 배려심은 깊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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