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 그 자그만 숫자에도 니가 있어 널 누른다. (김연우 - 금단현상 중)
시시콜콜한 것들을 궁금해하는 마음은 글을 쓸 때든 사진을 찍을 때든 도움이 된다. 그런걸두고 '일상의 발견'이라고 하던데 그 발견이 있는 글이나 사진은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가수 윤종신의 노래와 작사에도 그런 요소가 많다. '약국 문 방울소리'니 '마트에 카트'니 하는 것들에서도 감성을 찾는다.(김연우-금단현상 중) 대단한 사람이다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그런 발견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니 그 정도 할 수도 있겠지 싶기도하다.
최근 서점에 갔다가 에세이칸에서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라는 책을 보았다.
최근 서점에 갔다가 에세이칸에서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라는 책을 보았다. 사람을 키우는 방법이 까다로운 식물에 비유하여 섬세하게 케어해주는 다양한 방안들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스트레스 관리가 어렵고 심지어 본인이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힘들게 지내는 사람을 위한 책같았다. 나는 그 책에서 사람을 식물에 비유하여 키우는 방법을 말한다는 그 설정, 그 감성에 놀랐다. 아마 작가는 꽃 풀 등을 기르다가 식물에게서 본인을 잘 돌보지 못하는 현대인을 발견한 것일거다.
어릴 땐 많은 것을 발견했다. 구름, 비둘기, 이상하게 생긴 물병, 과자의 맛, 구멍가게에 스치는 살짝 매케한 냄새. 모두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글로 적었다. 그땐 글감이 넘쳐났고 주변 친구들과 대화소재도 언뜻 엉뚱해보이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그 시절에는 꾸는 꿈도 다채롭고 형형색색 즐거웠다. 커다란 동굴 속에 있는 언덕 한가득 빨갛고 노란 꽃들이 피어있고 그 안을 날아다니곤 했다.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발견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눈을 최대한 눈썹 치켜올려 크게 뜨며 동공을 최대한 산대시킨다. 초점 영역을 최대한 넓히고 귀에 들리는 소리, 코에 스치는 향기, 피부에 닿는 공기흐름을, 그 변화를 느끼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거기에 무관심과 과몰입 사이 줄을 타는 감수성을 갖고 있어야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에너지를 쏟으면 일상에 해가 된다. 산책도 많이 하고 여유있는 일정으로 여행도 하면 도움이 되지만 일상에서 매일 할 일이 있고 가야할 곳이 있는 여정엔 발견에 쓸 시간의 틈이 부족하다. 멀티가 잘 안되는 사람이라 회사 업무나 재테크 고민이 평소 세팅이 되어있어야 필요할 때 바로바로 업무가 되기 때문에 평소에도 그 '회사원 모드'를 유지해야지, '발견하는 사람 모드'로 모드전환을 하려면 왔다갔다 하며 시동에 걸리는 시간이 더 든다.
평소에 의식적으로 발견하는 것을 무시해와서 안 쓰는 근육이 점점 약해지는 것처럼 여유없고 생계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점점 발견하는 힘이 약해지고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서 더 큰 에너지를 써야 하는건 아닐까? 사실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은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호기심과 창의성은 효율적인 업무방법을 불러온다. 규정된 방식에 의문을 갖고 막히는 길의 우회로를 찾아내는 것은 생산성 향상을 불러오기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비효율의 끝인 것처럼 느껴지는 여행이나 산책은 따로 섭취해주지 않으면 다른 성분으로부터 만들어내지 못하는 필수아미노산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이건 서점에 갔다가 지금 나에게는 지나치게 감성적은 카피의 글들이 많아 옛날을 돌아보다 든 생각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