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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 Jan 30. 2017

추위

- 씀, 2017년 1월 30일 밤

면접장으로 향하는 새벽은 11월 치고 몹시 추웠다. 평소 잘 입지 않는 정장에 몸을 욱여넣고 아직 동이 덜 튼 5시 40분부터 길을 나서는 일부터가 나의 면접의 시작이었다. 지하철로 환승 1번에 20역 넘게 가야 하는 거리에 있는 회사에 등반하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 근처 카페에서 차가운 커피를 시켜 마시면서 난 순종적이고 선량하나 정의로우며 열정 있는 사람이란 메소드 연기를 시작했다. 그것은 나의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었다.

30분 일찍 도착한 면접대기실에는 다른 지원자들이 중얼중얼 대거나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3분 같은 30분인지 3시간 같은 30분인지 모를 시간이 흐르고, 회사마다 똑같이 생긴 인사 담당자가 대기실에 들어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확인했다. 박OO씨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골리앗을 대하는 다윗의 마음으로 면접장에 당도하였다. 다섯 면접관이 앉아 있었고 그 앞에 나는 혼자 앉아 마주 보았다.

이제 준비해온 것을 보여줄 차례였다. 나의 모습을 각종 비유와 수식어로 부풀려 보여주었다. 면접관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 위해 했던 양자택일형 질문에는 ‘당황했으나 결심했다는 듯한’ 제스처로 면접관을 설복시킬 답변을 만들어냈다. 내 단점은 장점이 되었고 면접관들은 서로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회사나 자기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직무에 관한 열정을 보여주는 질문을 던지며 면접을 마무리 지었다.

면접장 밖으로 나오니 예의 그 인사담당자가 수고했다며 서명을 받고 면접비를 3만원 씩 나누어주었다. 아니 내 봉투에는 2만원이었다. 연기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온 난 답답하고 야비하며 졸렬하지만 소극적인 사람이었다. 망설이다 이내 건물 1층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면접장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오전 11시 한낮은 내 작고 얕은 마음만큼 몹시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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