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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별 Sep 27. 2022

퇴사 준비생의 일기 2.

커피 마시고 와


따르릉 ㅡ


"어 이대리. 좀 이따 통화하지."


스팸 전화를 대하듯, 상사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 나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졸였던 마음이 무안해졌다.


아이가 아파 하루만 휴가를 쓰면 안 되겠냐고 말하고 싶던 차였다.


한 시간 뒤쯤, 다시 사무적인 전화가 걸려왔지만 나는 결국 어린이집을 보내는 쪽을 택했다.   






한결같았다.


2살짜리가 코로나에 걸려 5일간 간병휴가를 쓴다고 하면 3일만 쓰면 안 되는지 물었다.  


어린이집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던지듯 밀어 넣고, 간신히 만원 버스에 올라 출근하며 아이와 회사 양쪽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양쪽 모두에게 죄인이었다.


업무시간 중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는 상관없이 때로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넘기고, 견뎌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이 시간 또한 지나갈 테니.






약 11시간쯤.


엄마가 회사에 있는 시간보다 더 길게, 아이는 어린이집에 있어야 했다. 어린이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아이는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졌다.


잠깐 화장실을 가거나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순간에도 따라와서 곁에 있고 싶어 했다.


잠드는 시간은 9시, 9시 반, 10시로 점점 늦어졌다.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 입장에서는 10시에 잠들어도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겨우 하루 4시간뿐이니 졸린 눈을 비비며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결국 내가 졸려 눈꺼풀이 감기면 26개월짜리가 말했다.


"엄마, 졸리면 커피 마시고 와."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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