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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별 Sep 29. 2022

퇴사 준비생의 일기 4.

그 흔한 나이키



아이의 그네를 밀다 무심코 놀이터에 나온 아이들의 운동화를 보았다.


나이키, 아디다스, 또 나이키.


저 흔한 브랜드를 신어본 기억이 없었다.


초등학교 땐 시장 브랜드, 중고등학교 땐 생일 선물로 사는 컨버스나 반스였고, 몇 해 전 족저근막염을 고치려 산 스케쳐스가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운동화였다.







공무원 맞벌이로 세 아이를 키운 우리 집은 늘 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빨리 돈을 벌고 싶었고, 기왕이면 돈을 많이 주는 회사에 가고 싶었다. <사람인>에서 초봉 4천만 원 이상을 준다는 회사만 골라 입사 지원서를 썼다.


순진했거나, 바보였거나.


어른들의 세계에서 연봉 4천만 원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세금을 제외하고 입금된 월급은 3~4인 가구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고 식비를 쓸 수 있는 딱, 그만큼이었다.


그만두지 못할 정도의 보상. 그게 노동자의 몫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님 댁에 얹혀살며 매달 월급의 80% 이상을 모았다.


발악이었다.


덕분에 비교적 이른 나이에 집도 차도 부모님의 도움 없이 (시부모님의 도움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었다) 가질 수 있었지만, 여전히 나이키 운동화는 수 없었다.


반드시 사야하기엔 너무 비쌌다. 당연하지가 않았다.


도대체 직장생활 몇 년 차가 되어야 남들이 신은 나이키 운동화를 쳐다보지 않게 될까.  


지긋지긋한 절약 생활을 끝내고 싶었던 게 20년 전, 10년 전, 그리고 5년 전이다. 


아직도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건, 애초에 방향 설정이 잘못되었던 게 아닐까.





 5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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