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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별 Sep 29. 2022

퇴사 준비생의 일기 5.

디데이


"그래서. 언제 할 건지 생각해 봤어?"


남편은 하루라도 빨리 퇴사하길 원했다.


"내년 7월쯤 어떤 것 같아?"


"너무 늦지. 퇴사도 전략이야. 꼭 내년 7월이어야 하는 이유가 뭔데? 그때 보너스 나와?"


그래, 니 똥 굵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굳이 인사발령 시즌에 맞춰 퇴사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직장인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럼 설 보너스 받고 3~4월쯤?"


"알았어. 그때 가서 한 두 달 더 연장하는 건 의미 없어. 만약 그때 마음이 바뀌어서 다니고 싶으면 그건 생각해 보자. "


몇 달 남지 않은 D-day.


소속과 월급과 아침이면 갈 곳을 모두 잃게 되는 불안감을 다스리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 해결될 불안감이 아니라, 부딪혀 해결해야  할 불안감인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전쟁터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


전쟁은 자의적으로 끝낼 수 없지만, 지옥에서는 천국으로 가는 길을 찾은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럼에도 겁이 난다.


나는 끓는 물속에서 10년 동안이나 헤엄치던 개구리니까.

 





6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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