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다크서클, 머리 빠짐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물론 해당사항이 없진 않지만, 출산 후에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이런 게 아니라, '감사'의 빈도이다.
살면서 이렇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한 적이 있었을까?
먹어 주어 고맙고, 곤히 자 주어 고맙고, 웃어 주어 고맙고, 눈 맞춰 주어 고맙고, 심지어 변을 봤다는 것에도 고마워 고맙다는 말을 달고 산다.
아기라는 존재가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
요즘처럼 적게 자면서도 부지런하게 움직였으면 더 잘 먹고 잘 사는 뭐라도 되었겠다 싶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지 않았으면 내가 누군가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을 거다. 그래서 아기를 낳아봐야 진짜 어른이 된다는 엄마의 훈계가 있었나 보다.
지나고 보면 엄마 말이 거의 다 맞았다.
편하게 살라고 일러 준 방향대로 가지 않아 후회했던 과거는 그렇다 치고, 입덧으로 토하고 있을 때 아기가 너무 예뻐서 다 잊을 거라는 말도 사실이었다. 아기가 뱃속에서 나와 배 위에 살포시 올려진 순간, 이미 둘째는 얼마나 예쁠까 생각했으니까.
며칠간 새벽 서너 시에 아기 옆을 지키며 노트북을 이용해 블로그를 썼다. 글 한 꼭지를 쓰며 기저귀를 3번 갈아야 하는 날도, 더 길게 쓰고 싶은 글을 눈이 감겨 서둘러 마무리해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아기 핑계 대지 않고 나라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 쓰는 글 하나를 완성하고 나면, 무사히 쓸 수 있었단 사실과 자유시간을 허락해 준 아가에게 또 한 번 고마움을 느끼며 하루를 지낼 수 있게 된다.
아기와 함께 엄마도 커 가는가 보다.
그러니 피곤하지만 실컷 감사할 수 있는 이 순간을 힘들어하지 말아야지. 찰나여서 지나치기 쉽고, 사소해서 무시할 수 있는 일상도 의미가 되어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