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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별 Jul 08. 2023

승진의 굴레 2_패배자들의 뒷풀이

"동기들은 얼마나 승진했어?"


차장님의 질문이 훅 들어왔다.


"아... 남자들은 거의 다 했고요.

여자들은 결혼 늦게 하거나

애기 안 낳은 애들 위주로 했습니다."


"그래? 그럼 너도 이제 해야지."




동기들보다 승진을 빨리 했다는

성취감(속에 숨은 우월감)을 가진

차장님의 질문을 거치고 나니


왠지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우리 사회에서 남들보다 늦다는 것

그것은 곧 열등하다는 의미 아니던가.


유아기의 나는 느린 아이였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데


같잖은 승진이

열등감을 주고 난리다.


40만 원  더 주는 그게 뭐라고.





승진하지 못한 동기들끼리

메신저로 한참을 떠들어댔다.


승진의 3요소를 분석했다가

빛의 속도로 승진한 걔를 부러워했다가

앞으로의 경쟁자들을 점쳐보다가


승진은 됐고 유튜브를 하지고 했다.

신박한 컨텐츠도 정했다.


직장인 3대 거짓말이 유튜브라

진짜 찍을진 모르지만


한참을  큭큭대고 나니

승진을 못한 울적함이 승화되면서


전투력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뭘 위한 전투력이지?)





우리는 그러고도 며칠간

승진 그 불투명함에 대하여

승진 그 주옥같음에 대하여

한참을 조잘거렸고


마침내 겉으로나마

평정심을 찾게 되었다.


무기력이 얼마나 무섭던가.


패배감과 열등감이

무기력과 연결되지 않도록


패배자들은 열심히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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