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은행에는
유독 노인 분들이 많이 오신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좋고 감사한 분들이지만
때때로 자식에게도 못 시키는 일을
은행원에게 주문하실 때가 있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못해.
나는 노인이니까~ 못해.
그러니 젊은 자네가 좀 해줘.
위와 같은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는다.
새벽 6시 반 부터
밤 10반 까지
일에 육아에
에너지를 영끌해서
태우는 중인 나는
마음에도 시간에도
여유가 없어서
이제는 정중히
확실한 업무가 아닌 것은
거절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보험금을 대신 찾아달라거나
타사 일과 관련된 것들 말이다.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는 건
편하고 기쁜 일은 아니지만
내가 힘든 만큼
가치가 보상되는 건 아니란 걸
어느 순간 깨닫고 나니
오지랖 부리지 말자 싶었다.
어제는 귀가 들리지 않는다며
아주 큰 소리로 말하라는
할머니가 계셨다.
20대의 나였다면
배에 최대한 힘을 주고
큰 소리로 설명했을 테지만
점심시간이어야 겨우 쉬는
30대 중반의 워킹맘인 나는
사모님, 너무 크게 말하면
다른 고객들에게 피해가 가니
할 수 있는 만큼만 말씀드릴게요
라고 답했다.
냉정한 표현일 순 있어도
딱히 틀린 건 없었다.
이런 내 자신이
좋지만은 않지만
사는 것이 먼저니까.
모든 직업인들은
직업인이기 전에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