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리별 Oct 13. 2023

은행원의 퇴근일지 2. 젊은 사람



내가 다니는 은행에는

유독 노인 분들이 많이 오신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좋고 감사한 분들이지만


때때로 자식에게도 못 시키는 일을

은행원에게 주문하실 때가 있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못해.

나는 노인이니까~ 못해.

그러니 젊은 자네가 좀 해줘.


위와 같은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는다.


새벽 6시 반 부터

밤 10반 까지


일에 육아에

에너지를 영끌해서

태우는 중인 나는


마음에도 시간에도

여유가 없어서


이제는 정중히

확실한 업무가 아닌 것은

거절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보험금을 대신 찾아달라거나

타사 일과 관련된 것들 말이다.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는 건

편하고 기쁜 일은 아니지만


내가 힘든 만큼

가치가 보상되는 건 아니란 걸

어느 순간 깨닫고 나니

오지랖 부리지 말자 싶었다.


어제는 귀가 들리지 않는다며

아주 큰 소리로 말하라는

할머니가 계셨다.


20대의 나였다면

배에 최대한 힘을 주고

큰 소리로 설명했을 테지만


점심시간이어야 겨우 쉬는

30대 중반의 워킹맘인 나는


사모님, 너무 크게 말하면

다른 고객들에게 피해가 가니 

할 수 있는 만큼만 말씀드릴게요

라고 답했다.


냉정한 표현일 순 있어도

딱히 틀린  없었다.


이런 내 자신이

좋지만은 않지만


사는 것이 먼저니까.


모든 직업인들은

직업인이기 전에 인간이다.





작가의 이전글 은행원의 퇴근일지 1.치이는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