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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별 Oct 17. 2023

은행원의 퇴근일지 4. 저는 T발C에요


잘 좀 부탁드린다는 말,

나는 이 말이 무섭다.


의료 직종에 계신 분들은

아마 나보다 훨씬 많이 들을텐데

대체 어떻게 견디는 걸까.


잘 부탁한다는 말에는

은근한 연대의식이 녹아든다.


자신의 일이지만

 일처럼 해달라는 것이다.


돈 받고 일하는 주제에

뭐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고

질책을 당할 것을 안다.


하지만 안 되는 것,

어렵고 스트레스가 되는 것을

넘겨 받는 어느 누가 기쁠까?


대출 심사를 신청한 A에게선

정말 매일 매일 전화가 온다.


채권 추심 당하듯이

매일 전화받는 기분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심사역이 긴 의견을 달으라고

5번이나 서류 보완을 내려준 대출 건.


내 손으로 엔터를 치는게 불안하지

이미 정부가 해주겠다고 질러 버린 것.


대출이 꼭 되야 한다며

쏟아내는 어리광 섞인 투정들이

이번 달 내내 나를 지치게 한다.


급하고

간절한 것을 안다.


그런데 그 감정을

왜 은행원에게 부어야 하는지.


한 번이야 괜찮지만

매일 같은 전화를 받아야 하는 건

거의 웃으며 당하는 고문이다.


내가 T발C적인 인간이라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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