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좀 부탁드린다는 말,
나는 이 말이 무섭다.
의료 직종에 계신 분들은
아마 나보다 훨씬 많이 들을텐데
대체 어떻게 견디는 걸까.
잘 부탁한다는 말에는
은근한 연대의식이 녹아든다.
자신의 일이지만
내 일처럼 해달라는 것이다.
돈 받고 일하는 주제에
뭐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고
질책을 당할 것을 안다.
하지만 안 되는 것,
어렵고 스트레스가 되는 것을
넘겨 받는 어느 누가 기쁠까?
대출 심사를 신청한 A에게선
정말 매일 매일 전화가 온다.
채권 추심 당하듯이
매일 전화받는 기분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심사역이 긴 의견을 달으라고
5번이나 서류 보완을 내려준 대출 건.
내 손으로 엔터를 치는게 불안하지만
이미 정부가 해주겠다고 질러 버린 것.
대출이 꼭 되야 한다며
쏟아내는 어리광 섞인 투정들이
이번 달 내내 나를 지치게 한다.
급하고
간절한 것을 안다.
그런데 그 감정을
왜 은행원에게 부어야 하는지.
한 번이야 괜찮지만
매일 같은 전화를 받아야 하는 건
거의 웃으며 당하는 고문이다.
내가 T발C적인 인간이라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