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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별 Oct 23. 2023

은행원의 퇴근일지 7. 소리지르지 마요


어떻게 사람이

좋은 것만 하고 사냐는 말.


그 말을 되뇌이며

오늘도 통근버스에 올라탔다.


오늘 둘, 내일 하나, 모레 셋...


끝이 없는 대출 일정에

남은 휴가는 언제 써야 할지

빈 날짜를 애써 찾아 본다.


사실 지난 금요일 사건 이후로

더 기운이 빠진다.


한 고객이 찾아와

대출을 늦게 진행한다며


전 창구에 다 들릴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갔다.


일정대로 대출을 나가기 위해

(수당도 없이) 연장근무까지 했고


몇 번이나 전화통화를 해서

대출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안내했던 고객이었는데


결재,승인 이란 단어를 안 써서

본인을 헷갈리게 만들었다며


확실히 말해야하지 않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기가 막혀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뭘 잘못한거지?


자기가 며칠 전에

 없는 시간에도 왔는데

 

신입직원 왈 승인이 안 났다고

내게 이야기를 전달해준다고 했단다.


승인은 이미 나 있던 상태였고

난 신입직원에게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손님이 가고서

억울함의 눈물이 핑 돌았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고


불같이 화를 낼 만큼 궁금했다면

은행에 세 번이나 찾아오고

여러 차례 통화하는 중에


승인이 난게 맞는지

물을 수는 없었나 궁금했다.


그날 대출 행을 해드리겠다는

통상적인 표현이 대체 뭐가 부족했는지.


옆자리 직원이 괜찮냐며

차가운 고구마 라떼를 사다 주었다.


인생의 쓴 맛이

조금은 중화되는 느낌이었다.


또 온다는데.

내게 만나지 않을 거부권이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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