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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별 Oct 31. 2023

은행원의 퇴근일지 8. 휴가의 법칙


휴가를 썼다.


안 쓰면 진짜 안될 것 같아서

간만에 긴장을 풀고 있고 싶어서


워킹맘에게 진짜 소중한 휴가를

하루만, 나를 위해 쓰기로 했다.


나를 위한다곤 했지만

정작 분리수거와 창고 청소로

아침 한 시간 반 남짓을 보내고


지난 2년간 한 번도 못 갔던

미용실에 갔다.


머리는 하고 싶은데 가격이 부담되어

가성비가 좋다고 알려진 곳을

아파트 톡방에 물어 찾아갔는데


의자에 앉고 둘러보니

매캐한 파마약 냄새 사이로

초파리와 똥파리가 날아다녔다.


박차고 나오기도 애매해

결국 머리를 하기로 했지만


뭔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느끼며

핸드폰을 친구 삼아 버티고 있는데


갑자기 키즈노트 앱이 울렸다.


아이가 수족구인 것 같다는

선생님의 연락... omg


더럽게(?) 짧은 휴가가 아쉬운 건 둘째고

1주일간 격리해야 하는 수족구가 맞다면

이틀밖에 안 남은 휴가로 어찌할까...


걱정에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하루 지나고 보니

다행히 수족구는 아니었다.


휴가였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하루 끝에


출근한 날 기다리고 있는 건

지난날 그 민원인.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데

왜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는지.


쉬지 못한 휴가 때문인지

정말 더더 그녀가 힘들게 느껴졌다.


다짜고짜 소리지른 그녀가 아니라

대출업무를 해준 내가 사과를 해야 하고

일 똑바로 하라는 훈계를 듣고 있어야 했다.


게다가 저런 사람이

아이들에게 인성을 가르치는 선생님...?


코미디인가...??


학부모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엄한 사람에게 푸는건진 모르겠지만


꼭 본인도

똑같이 당해봤으면 좋겠다.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면

넌 피눈물 나는겨.


절대 직업 비하가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이 싫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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