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리별 Nov 06. 2023

은행원의 퇴근일지 9. 위로 아닌 위로


금융감독원 민원.


은행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금융감독원 민원일 것이다.


이미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는지

(정당한 민원 거리이든 아니든)

일부 고객들은 이제 흔하게 겁을 준다.


금감원 민원을 넣을거니

보상하거나 사과하라고.



지난 번 글에 등장하는 그녀 역시 그랬다.


상사와의 통화에서

금감원 민원을 넣어버리겠다고

유선 너머 못다 지른 소리를 질렀다.


아이가 아파 일찍 퇴근하려 했는데

계획도 마음도 망가진 그 날,


집에 와서 해맑은 아이 얼굴을 보니

이상하게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우는 날 보더니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나는 좀 억울하다고.


고객도 너무하지만

중간에 옆자리 누구와 누가

고객에게 말을 잘못 전달하지만 않았어도

상황이 이렇게까진 꼬이지 않았을 거라고.


듣고 있던 남편이 말했다.


자기야.

동료들이 나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잖아.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고 부족할 수 있어.

근데 그건 미워하거나 탓해봐야 소용 없잖아.


만약 민원인이 자기를 괴롭히고 싶은 거라면

나쁜 건 그 사람이지 다른 누구도 아냐.



평소엔 고개를 저었을 남편의 조언에

오늘은 고개가 끄덕여졌다.


당분간 몸도 마음도 힘들고

어쩌면 승진에도 타격이 가겠지만


동료를 미워하지 말고

내 자신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다행이다.


한살이라도 어릴때 깨달아서.

더 큰 일과 관련된 민원이 아니라서.


은행에 머무는 한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그러니 선택해야 한다.


참고 견딜지,

다른 길을 찾을 것인지를.


작가의 이전글 은행원의 퇴근일지 8. 휴가의 법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