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에서는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는
야유회 날.
지점장님의 호출로
같은 차를 타게 되었다.
하실 말씀이 있지 않고서야
대놓고 운전대를 잡으실리 없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실지
대충은 짐작이 갔다.
7080 노래로 말문을 트시다가
부부사이 대화로 주제가 바뀌었다
결국 고객민원으로 이야기가 옮겨갔다.
고객의 말이 무조건 맞지만
지나친 블랙컨슈머라면
어쩔 수 없다-라는 말씀.
지나친 블랙컨슈머라는 게
기준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대화만 되는 경우라면 100%
직원이 고객에게 사과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조언으로는
상사에게 절대 반기를 들지 말라셨다.
그 말이 틀려도, 부조리해도
위에 개기는 순간 승진은 끝이라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쓸데없이 줏대 있는 내 성격이
평소 좀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다.
술자리도 싫어하고 골프 칠 생각도 없고
정치도 못하고 인간관계도 넓지 않은 나.
승진을 위해 본능을 거스르고 사는
딱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승진해야지, 소리가
너무도 듣기 싫어서다.
승진해야 승진 소리를 그만 들을 테니.
개기지 말라는 건
날 생각해서 해주시는
조언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토론하는 법을 배우고
논설문 쓰는 법을 배우며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교육은
우리 사회에선 하등 필요치 않다는 걸
사회에 나와서야 알게 된다.
짖으라면 짖는 복종과 순종의 자세가
오히려 더 큰 경쟁력이 된다는 사실,
이걸 가르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다음 세대는
기성세대처럼 살지 않길 바라는
소망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여전히 세상은 그대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