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은행원에게도
재량이란게 있지만
법이나 규정을 위반해서
무언가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나 돈이 직접 연관된
대출 업무에서는 더더욱
까딱 잘못하다간
횡령이나 배임이 되어버리니.
어제는 상가주택을 담보로
대환대출을 요청하신 분께
DSR 초과 때문에
원하시는 금액으로는
진행이 어렵다는 전화를 드렸다.
나:
사장님, 못해드려서 죄송하지만
정부 정책이 그렇기 때문에
저희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ㅠㅠ
그:
DSR이란게 대체 뭔데
서민들은 알지도 못하는 걸로
이 우량한 담보에 대출을 못해?
당신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진행가능 여부는 담당자의 능력이야.
사람이 하는 일에 안 되는게 어디있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건
스스로의 노력으로 할 수 있을 때
성립하는 것 아니었나...?
생면부지의 남에게
능력을 운운하다니
이 무슨 무례한 경우인지.
모두가 지키도록 정해둔 규범을
그것도 국가에서 공표해둔 것을
왜 나만 특별대우로
예외적용 받을 수 있다고 보는지.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어르신.
하지만 그간의 일로
민원인을 피하고 싶은 나는
바른 소리는 하지 못하고
죄송하다는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내가 아닌 높은 사람과 얘기하겠다며
다시 오겠다고 걸어나간 아저씨.
어떻게 해야만
에둘러, 잘 말하는 것일까.
이쪽 저쪽에서 능력을 운운하니
참... 씁쓸하다. 하하.
금요일이니 소맥이나 땡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