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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I Jul 05. 2020

나를 자극하는 모든 것들

걷는다는 것의 의미

전날 하루의 묵은 때를

다음날 아침 1시간 반의 걷기로 해소한다.


체력을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시작했던 일이

이젠 신성한 의식처럼 여겨지게 됐다.


매일마다 걸으며

그날 하루의 리듬을 깨운다.

나올 때는 잠에서 덜 깬 느낌으로 

터덜터덜 나오지만,

천변을 걸을 때만큼은

모든 열정을 다 쏟아부을 것처럼 열심히 걷는다.

집에 돌아올 때는

풀린 다리를 질질 끌면서 걸어온다.


개운하게 씻고

그날 하루의 일정과 계획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막연하던 일상에

스탬프 도장 하나를 찍은 기분이다.



모든 게 좋았다.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들.

정리되는 잡념들. 차분해지는 감정들.

계절마다 변하는 전주천의 눈부신 풍경들.

사람들의 힘찬 발걸음.

지저귀는 새소리.

모든 것들이 나를 자극했다.


걸으면서 보이는 먼지 한 톨까지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조금 멀다 싶은 거리도

두 발로 걷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있고,

중간중간 보이는 모든 것들이 변화되고 있음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


차를 타면서는 볼 수 없는

디테일한 거리의 변화까지 감지한다.


목적없이 관찰하는 행위 그 자체는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효과가 좋았다.



오늘도 참 많이 걸었다.

공원에선 여름을 알리는 연꽃의 붉은 뺨을 만났고,

장마철 먹구름의 표정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기도 했다.


이따금씩 새어나오는 햇살 한 줄기는

다가올 폭염을 예고하는 듯 했다.



흐린 기운이 살짝 걷힐 땐,

한쪽으로 모여있는 하얀 구름떼들이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2020년의 7월.

변함없이 일상을 살아간다.

뉴스에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들이 들려오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을 고이 접어두고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내일,

모두에게 무탈한

평범한 하루가 선물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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