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연이란게
내가 아무리 억지로 끌어안는다 해도
안될 사람은 안된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서야 깨닫게 됐다.
모든게 나의 노력과 비용,
얼마간의 시간으로 해결될 줄 알았지만
그런 단순한 방법으로 나아질 현실이 아니었다.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합리적인 의심이라든지
감정을 확인하는 사소한 다툼이라던지
그런 것들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단단한 토반이 없었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어떠한 장벽을 핑계 삼아
우린 신뢰와 불신
그 어느 중간 쯤에서 탄생한 검은 불씨였다.
그걸 믿음이라고 오인했고
모든 것은 불신에서 오는 고통이었다.
그 불씨는 점점 커져 우릴 절벽 끝으로 내몰았고
오직 세상에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하지만 그건 둘만의 착각이었다.
그 애절함은 어떠한 죄의식과 결핍에서 오는 감정이지 결코 아름답진 않았다.
그 감정들은
우리가 세상을 바로 응시할 수 없도록
눈과 귀를 막았고
그러한 역학 안에서
당신이 나보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행복을 위해
다른 이들에게 불행을 안기는 것이
나중에 어떤 후유증을 가져다줄지 늘 불안했다.
아니 이제는
어떠한 전제 조건이 붙는다 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서운함이나 분노 따위의 불필요한 감정들로 소모할 시간이 없다는 걸 잘 안다.
아마 당신도 알고 있겠지
우리 둘 다 해결할 방법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마음 한켠이 텅 비어버릴 정도로
삶의 의욕을 상실한다 해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 모든걸 이겨내고도 마지막 선택에서는
결국 서로가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그 결말을 굳이 내 눈으로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한 마디도 남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