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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kim Sep 18. 2018

스타트업은 서비스를 어떻게 기획할까.

플랜즈 브랜드 가이드를 고려한 서비스 기획

우리가 느낀 불편함을 과연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을까?


 우리 팀원들은 현대인의 필수 강장 성분 '카페인'에 절여진 상태임과 동시에 (각각 편차는 있으나) 돈을 냈으면 일단 만족할만한 수준의 커피가 내손에 쥐어져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진 건전한 청년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여럿이서 같이 오래 지내다 보면 팀만의 색이 있기 마련인데 저희 팀은 커피를 하루에 3잔씩은 꼭 마셔야 하는 스스로에 대한 암묵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회의를 하자고 만날 때면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꼭 한 손엔 아메리카노가 들려들 있습니다. 슬프게도 그잔을 비운 뒤 나머지 2잔의 할당을 채워야 심신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우리는 교내 카페에서 파는 저질 커피(나름 순화)를 3000원이나 주고 사 먹어야 하는 우주적 재앙을 묵묵히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커피 한잔 사 먹자고 서경 만 리를 걸어 정문을 목적지로 하는 여정을 떠날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불편함 1 : 저질 커피를 상대적으로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을 수밖에 없는 지리적 특성

우리가 가진 불편함 2 : 평범한 원두커피를 마시려면 정문까지 나갔다가 와야 함

우리가 가진 불편함 3 : 맛있는 원두커피는 너무 비쌈


 참혹한 현실을 견디고 견디다 못해 스스로 커피를 만들기 시작하게 된 우리는 1차 필드테스트를 겸한 시장 조사를 진행했고, 약 두 달 정도에 걸쳐 간이 무인카페를 만들어 팀에서 직접 내린 커피를 싼 가격에 단과대 로비에서 판매했습니다. 실제로 우리와 완전 핏하진 않지만 니즈가 겹치는 소비층이 있음을 눈으로, 매출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수집했던 자료들을 건네받은 저는 그것들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하고 싶은 서비스를 바탕으로


사실 그렇습니다. 창업동아리로 시작한 병아리 회사에 무슨 놈의 기획자나 있을 것이고 UX 디자이너는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느낌이 점지해준 대로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서비스를 기획했다가는 타깃만 절묘하게 빗나가는 결과물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해봤더니 지난 생애 동안 충실히 수행했던 '베테랑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용성을 최대한 정의하고, 이것이 나만의 생각인지 아닌지를 돌아보기 위해 주변을 유심히 관찰해서 몇몇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저희같이 기본이 없던 회사들에게 아주 효과적인 기획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각각의 페르소나는 실제로 그렇게 행동할 것만 같은 사람을 데려다 인터뷰를 하면서 만들었더니 꽤 인사이트가 풍부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리서치 자료를 각각의 페르소나에 매칭 해서 소비자 성향을 유추하거나 진짜 사용자들이 원하는 가치가 무엇일까를 예상하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자세한 방법론과 가이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http://blog.wishket.com/%ED%8E%98%EB%A5%B4%EC%86%8C%EB%82%98-%EA%B8%B0%EB%B2%95%EC%9D%84-%ED%99%9C%EC%9A%A9%ED%95%9C-%EB%94%94%EC%9E%90%EC%9D%B8-%EB%B0%A9%EB%B2%95/


재밌게도 시장조사를 해보면 저희와 같은 타깃을 목표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꽤 있었습니다만 일관성 있게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페르소나의 입장에서 일관성을 찾기 위해 잘 살펴보면 그 서비스들이 놓치고 있는 소비자의 입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제작 단가나 사업성 측면에서 포기한 부분들도 있지만 소비자의 구매로 이어지는 허들을 넘으려면 충분조건이 되어야 하는 요소들이 분명 있습니다. 저희는 그 요소들을 거르고 걸러서 핵심적인 재료들만 남기고 그 재료들을 사용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사업, 서비스, 브랜드


탄탄한 사업 기획(상위 기획)을 토양으로 한 브랜드와 서비스는 흔들릴 염려 없이 가지와 잎을 뻗어 나가면 된다고 하지만 스타트업, 특히 아이디어 바탕으로 맨땅에서 시작한 기업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필요한 자금 유치를 위해 새로운 사업기획서를 빈번하게 만들어내고 제출하기 마련입니다. 한두 번이야 괜찮지만 여러 번 반복하고 나면 팀의 구성원들도 어느샌가 우리 사업이 뭐였더라?  헷갈리면서 종래엔 중심마저 흔들리는 상황에 봉착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마치 국가가 행정, 사법, 입법을 삼권 분리시켜 상호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균형을 맞춰가게 하듯 기획단에서도 사업기획, 서비스 기획, 브랜드 기획으로 나누어 서로를 견제하기도 끌어당기기도 하면서 상호작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업기획, 서비스, 브랜드의 관계


사업기획은 아래에서 탄탄하게 받쳐주고 그 위에 서비스 기획을 펼쳐 나가면서 브랜드 가이드로 방향성을 제시 시 하지만 브랜드도 사업 기획사 서비스를 담을 수 있는 영역을 급하게 벗어나면 안 됩니다. 세 가지가 나란히 병진할며 성장할 수 있게 구조를 잘 만들어 줘야 합니다.  경영진, 서비스 기획자, 브랜드 디자이너는 서로 원활하게 소통하고 사업의 특성상 어느 쪽이 우선이 되는지를 확인한 뒤 한 명은 이 구도를 주도하는 리더가 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자면 브랜드가 열쇠가 되는 사업일 경우엔 브랜드 디자이너가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죠.



린(lean)한 스타트업 서비스를 기획할 때 브랜드를 고려할 수 있을까?


 브랜드에 대해 처음 고민하게 되는 초보 기획자는 네이밍이라던가 로고 디자이너가 브랜드 가이드에 맞춰 디자인하는 정도의 표면적인 브랜드 영역만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서비스에 브랜드를 적용하라는 의견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의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라는 것은 한 회사가 목표로 하는 시장에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준비해서 유저들에게 제공하고, 그것을 통해 시장에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실행하는 꾸준한 일련의 과정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기획을 할 때도 당연히 일관성 있는 태도나, 방식, 형태에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브랜드를 고려한 서비스 기획은 소비자의 반응을 예상하고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커피 브랜드의 대명사 스타벅스를 예로 들어 봅시다. 스타벅스는 고객들에게 일관성 있고 꾸준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매장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자동으로 마련하여 어느 매장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든 똑같은 맛이 날 수 있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리스타가 손님을 응대하는 방식, 결제 순서, 청소하는 방법 및 매장 관리 방법마저도 매뉴얼화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단의 노력은 소비자들의 신뢰로 와 충성도로 연관되어 오늘날 커피 브랜드 세계 1위의 입지를 굳건히 하게 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그럼 과연 린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이 스타벅스 처럼 브랜드를 고려하며 일관성 있는 자세와 태도, 서비스를 가지고 사업을 헤쳐 나간다는 게 애초에 가능한 일일까요? 시장에 기대서 가는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고 급하게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 전략을 급하게 수정한다고 해도 브랜드 전략이 통째를 수정되지 않은 이상 브랜드 가이드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 팀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음료 탱크 재고 관리를 위해 관리자가 음료 탱크를 기기 내부로 집어넣고 교체 과정에서 그냥 문을 활짝 열고 탱크만 교환해도 되겠지만 우리 팀의 관리 프로세스는 관리자의 복장은 본사에서 제공한 의복을 착용해야 하며, "점검 중입니다" 안내표지판을 미리 기기 사용자 동선에 설치한 뒤 작업을 시작애햐 한다.라는 프로세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브랜드에서 "자판기가 아닌 무인카페를 지향해야 한다"는 가이드를 지키기 위함이었죠. 소비자들도 이런 과정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것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영향을 주는 재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기대서 가는 스타트업이 나중에서야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고 어쩔 수 없이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를 급격히 수정한다고는 하지만 브랜드 전략이 통째로 바뀌지 않는 이상 브랜드 가이드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브랜드 전략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회사는 아주 표면적인 시장에 대한 확신조차 없는 게 아닐까요?

 


서비스 스토리보드 

연습장에 그린 스토리보드

저는 보통 연습장을 활용하여 UI나 프로덕트 디자인, 유즈 플로우 알고리즘 등을 빠르게 스케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팀원들과 함께 하는 주간회의에서 협의하고 회의록으로 정리합니다. 보통 이런 스케치들은 배경지식이 있다면 몇 시간 안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뒤집어질 수 있는 초기 기획 단계에서 미리 프로토 타이핑 툴로 공을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보통 스토리 보드를 그릴 때 역할별 요소별로 나누어 그린 후 통합하는 형태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각각을 그릴 때 서로 통합될 수 있도록 미리 기준을 마련해두고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개개인마다 성향의 차이가 있으므로 이 부분은 참고만 하세요

여러 상황과 상위 기획의 변경으로 어쩔 수 없이 스토리보드를 뒤집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또한 완벽한 서비스 기획이라는 말이 없듯 수시로 변경할 수 있는 확장성은 처음부터 고려가 되어야 합니다.

기획을 하시다 보면 비슷한 프로세스나, 알고리즘, UI 같은 경우엔 버튼, 직무 설명 같은 경우엔 매뉴얼 양식 등이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각을 모듈화 해서 사용하시면 작업효율이 극대로 상승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저는 Sketch의 Symbol기능을 매우 애용하는 편입니다.

스케치의 심볼기능

스토리 보드는 기획자인 나만 보는 게 아니라 개발자, 퍼블리셔, 디자이너, 마케터, 관리자, 심지어 비즈니스 파트너까지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보고 논의하는 재료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합니다. 특히 저희 같은 초보 스타트업에서는 디자이너나 마케터가 기획을 담당하기 마련인데 잘나 보이고 싶어서 최대한 공들이고 이쁘고 어렵게 작성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개인플레이가 아닙니다. 위과 같은 사항들을 항상 견지해야 합니다.

효율적인 의사결정 뒤에 숨어 가이드와 문서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그건 나중에 독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주석과 가이드, 문서화는 본인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매니페스토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협업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쓸데없는 메일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줄어 오히려 더 효율성 있는 업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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