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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kim Sep 10. 2018

스타트업은 브랜딩을 어떻게 할까 1.

플랜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합리적인 커피 문화를 만들자.

커피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만든 창업동아리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커피 소비 방식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이디어의 중심엔 당시 학생들이 었던 팀원들의 니즈가 있었습니다. 우리 팀은 커피홀릭들만 모인 집단이었는데 주머니가 가벼울 수밖에 없던 시절이라 실력 있는 카페에서 파는 스페셜티를 사서 마시기엔 녹록지 않았죠. 그렇다고 교내 카페에서 파는 저질 커피를 그 가격을 주고 사 먹을 수 없었던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불편함으로 시작했던 시장조사에선 품질 높은 커피를 원하는 소비층이 점점 대중으로 뻗어가는 기류들을 확인할수 있었고, 정량적인 데이터 조사에선 20대 사이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가 모두 스페셜티 로스팅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라는 공통점을 찾아냈습니다. 대학 시장에서 품질 높은 커피를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확실히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미션 도출하기.


 브랜딩 가이드를 도출해내는 프로세스는 구글 벤처스의 브랜드 스프린트를 골자로 했습니다.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199  Reasign  포스트에 과정과 방법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팀원들과 사업의 방향등을 다각도로 협의하신 후 그 결과를 벡터 값으로 가지고 있다면 기획자나 디자이너는 적당한 레퍼런스들을 모아 브랜딩을 하게 됩니다. 일단 저희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설정한 마켓 자체는 워낙 니치마켓이기도 하거니와소비층의 취향과 성향의 범위 자체도 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려하여 날카롭게 잘 설계해야 합니다.


브랜드를 도출 해내기 위한 기준 지표들

보통 저같은 초보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아이디에이션에서 하는 흔한 실수는 방향성 없이 이리저리 정체성이 흔들리는 브랜딩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매번 나오는 디자인이나 서비스의 결과의 정체성에 통일감이 없어 보이는 문제가 있죠

팀원들과 비즈니스를 진행하면서 브랜드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나 주간회의에서 나온 서비스 기획들은 구글 드라이브나 본인의 데이터 베이스에 꼭 문서화하고 정리한 뒤 왼쪽 사진과 같은 핵심 지표들을 한눈에 , 그리고 잘 보이게 붙어두고 하나의 매니페스토로 활용하시면서 디자인이나 기획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수시로 검토하시는 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위와 같은 지표들을 한 데로 묶는 미션을 정리해내는 작업이 쉽지는 않지만 생각의 단계를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시면서 중요도를 고려해 추려내면 결국 중심에 있는 핵심 가치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핵심 가치는 비즈니스 모델 와 디자인, 그리고 서비스가 나아갈 동안 한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세우는 등대와 같기 때문에  브랜드 디자인 의사 결정권자는 경영진과 치열하게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우리는 스스로 가지고 있던 니즈와 가능성을 기반으로 방향성을 설정 했습니다. 품질을 좋은 원두를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 맛있는 커피를 만든다는 차별점. 무인으로 판매해서 음료 가격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임대료, 인테리어비, 관리비 등을 벗겨내고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두가지 특징을 버무리면 니치마켓에 포지셔닝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새로운 커피 소비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카페처럼 맛있는 커피를 자동으로 판매할수 있지 않을까?




자판기가 아닌 무인카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무인으로 판매하는 사업의 대명사는 자판기입니다. 처음엔 자판기라는 인식을 지우기 위해서 아예 자판기와 연관된 모든 특성을 제거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미 소비자가 외면한 자판기라는 비즈니스를 그대로 연관 지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커피를 즐기는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판매방식에 대한 고정 관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젠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커피자판기


복도에서 혼자 조용히 돌아가고 있는 자판기는 이제 비위생, 저품질, 촌스러움만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정반대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대학시장에서 어떤 식으로 자동판매를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날로그 스타일로 가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만 오히려 더 현대적이고, 위생적이며, 고품질을 연상시키는 경로를 제안했습니다. 방법을 뒤집지 않는 이상 억지로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는 진정성이 아닌 허세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이것은 결국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애플의 제품이나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사람의 감성과 본질적으로 비슷한 기술을 가진 기기를 만들면 충분히 저희 베타도 매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기계와 시설이 감성을 가져가는 무드 보드를 만들어 팀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외관 디자인 변화와 각 파트 디테일 디자인, 그리고 제공하는 음료의 품질의 개선을 조합 하변 인식의 변화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자가 자판기로 인식한다 해도 충분히 그 속에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혹은 자판기가 아닌 무인 카페로 인식할 수 있을 만큼의 디테일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자마자 프로덕트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카페를 연상시키는 재질과 조명


플랜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베타(Beta)'는 카페라는 키워드에서 시작했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T-FP의 'Charm' 공간디자인



인테리어, 카페, 커피 등의 키워드 검색에서 나오는 이미지들 속에서 환경, 조명, 분위기, 장식 요소 등을 추출하고 그 속에서 컬러셋과 재질을 유추했습니다. 커피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시작으로 카페 다움을 느끼는 포인트에 대해서 고민했고 각각의 모티브들을 종합하여 조화시켜 나갔습니다.



베타의 분위기



자판기에서 무인 아웃 카페로 인식을 전환시키는 방법은 크기를 키우고 비슷한 구조적인 변형 외에는 방법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최대한 카페의 레이아웃 속에 기능을 재해석했고 그 속에 담긴 내용들도 전면 리뉴얼하느라 꽤나 노력했습니다. 기존의 자판기와는 완전 다른 배치와 스펙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전면적인 메커니즘변경과 기구설계, 디테일 디자인 변경등을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자판기라고 인식한 소비자도 이전의 부정적인 인식을 대입해 비교하지 않았고, 무인 카페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직접적으로는 테이크 아웃 카페를 모티브로 삼아 디자인한 것도 있겠지만 그 속의 기둥인 브랜드 언어를 자판기와 완전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메타포를 구현해낼 만한 탄탄한 재료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베타 컨셉 스케치와 일러스트




사용하기에도 편하고 보기에도 좋은


UX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하는 것은 업체 트렌드를 지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심미성과 사용성, 그리고 그 가운데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 구글 머티리얼 디자인 가이드나 IOS 스타일 가이드는 사실 이제 UX가이드 라고 해도 어색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베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사용자 경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베타를 통해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커피 소비 방식을 제안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브랜드가 Product Design, UI Design 등에 개입할 수 있게 구체적인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베타 앞에 서있는듯한 경험, 점원과 대화하는 흐름의 UI, 커피를 챙기고 가져가는 과정에서의 유즈 플로우 등을 모두 카페를 모티브로 투영시켜 어색하지 않게 풀어냈습니다.







PLANZ의 의미


PLANZ는 소비 심리학 용어로써 여태껏 소비자가 구매행동을 할 때 보통 대안을 A, B, C 정도를 마련하고 상황에 맞춰 선택을 하는데 현대 소비자들은 아예 Plan Z라는 극단적인 대안을 찾아 소비하는 형태를 보인다는 뜻의 단어입니다. 나름 우리 팀의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선택의 극한이라는 뜻이잖아요


우리는 플랜즈가 여러 발음으로 읽힌다는 점도 재밌었습니다. 플란츠, 플랑즈 등으로 읽어주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그 느낌 자체는 저렴하지 않았습니다. 발음되었을 때의 심상만 보자면 유럽풍 같기도 하네요 ㅎㅎ




PLANZ의 로고


타이포 그래픽은 FUTURA Md Bt를 활용했습니다. 퓨츄라 만의 실용성과 현대성이 맘에 들었고 기술적인 힙함이 묻어나는 폰트인 것도 좋았습니다. 심플하면서 깔끔하기도 하고요.






심벌로고는 비율, 균형, 상징성을 고려했습니다. 베타라는 기계 속 커피 컵이 들어있는 형상입니다.


 처음에는 퓨투라와의 조합을 위해서 와이어 프레임을 기반으로 한 개념의 조합을 시도했습니다만, 색이 가지고 있는 부드러움을 적용하기엔 좀 더 미니멀한 심벌이 어울렸습니다.



간판에 적용되어 있는 심볼로고





디테일은 끝까지


소비자는 겉으로 으스대는 자랑보다는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배려를 받았다는 경험에 더 감동을 한다는 오랜 브랜딩 상식에 맞춰, 사소한 부분과 눈치 채지 못하더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충실히 준비하자는 생각해서 패키지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오히려 사용자들이 음료를 받아 들고선 블루보틀의 패키징과 비교를 하는 찬사를 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만약 무지 컵에 무지 홀더였다면 그냥 동네 싸구려 카페와 비교당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부분 하나하나가 바이럴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키오스크 디자인



왼쪽 키오스크 디자인의 UI는 엔드 유저와 바로 맞닿아 있는 컨택 포인트라는 점에서 브랜드 경험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UX를 구상했습니다. 카페의 배경으로 공간성을 부여하며 인지부조화를 줄이고 메뉴를 직관적으로 설명해줄 일러스트와 이름, 가격으로 카드를 만들어 유저가 터치를 하면 슬라이드형 디테일 바의 그래픽을 적용했습니다. 짧게는 단 두 번의 터치로 주문할 수 있으며 오른쪽 키오스크와 상호작용합니다.


본 사진은 Bask의 협조를 받아 촬영되었습니다. 무단 배포나 사용을 금합니다.


배경화면도 사실 사진이 아니라 영상입니다. 영상 속 카페의 커피맛과, 분위기는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곳입니다. 우리는 숨겨진 보석 같은 카페들을 베타를 통해 소개하며 로컬의 카페와 상생하며 좋은 커피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자판기 구멍에서 커피머신으로


음료가 나오는 부분을 최대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닮게 했습니다. 카페의 커피 바에서 음료를 꺼내는 듯한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 의도가 늘 정확하게 작동하지는 않았지만 심미적, 기능적으로  자판기의 비위생적인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데엔 효과적이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음료 토출부


실제로 커피머신이라는 워딩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반응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부대용품 디스펜서를 유니바디로


유즈 플로우를 바탕으로 UX를 디자인하면서 디스펜서도 새로 제작했습니다. 커피 컵 홀더와 뚜껑을 담아놓고 커피를 꺼낸 후 바로 끼워 가져갈 수 있는 디테일이었는데 추가 기구설계가 필수였습니다. 기존에 이와 같은 제품이 없어 머릿속으로 많은 상상을 했습니다. 커피머신 바로 옆에 디스펜서가 있으면 어떤 식으로 어울리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던 거 같습니다. SUS표면의 브러시 헤어라인 재질감을 살려 유니바디로 제작하고 사용자 손의 예상 위치나 각 서랍의 깊이를 고려했고 각각 모듈에 적당한 장력의 스프링을 적용하여 편의성을 도모했습니다.


둘은 짝궁입니다.




확장성, 더 나은 디자인이 될 수 있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디자인도 정답일겁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확장성에 대한 계획이 담겨있다는 공통점이 있죠. 플랜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베타는 어느 공간에서든 어울릴 수 있도록 이런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는데요.



베타의 외부 케이스는 별다른 장식이 없는 흰 상자로 제작됩니다. 추후 디자이너는 공간의 분위기와 동선에 에 알맞은 재료와 형태로 적절한 외형과 추가 시설을 추가합니다. 디자인은 계속 리뉴얼 중이고 각각의 공간에 알맞은 형태로 더 나아질 것입니다.




플랜즈를 돕는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기존과 다른 실용성에 집중한 시선들을 보여주며 좋은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감성을 가진 커피 테이블 애플리케이션이 있지만 그보다 우리의 색깔에 맞는 제품들을 적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케아, 하만카돈, 디터람스 쉘빙 시스템을 따 디자인한 선반대
프로메이드, 러버메이드사의 어플리케이션


이번 글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제품 생산까지의 브랜딩 과정을 적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서비스 기획의 관점에서 브랜드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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