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을 읽고
삼미 슈퍼스타즈는 1982년에 프로야구 출범을 함께 한 6팀중에 하나다.
특징이라면, 첫 해에 15승 65패, 승률 0.188 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성적을 보여주었다.
책에는 어린 시절부터 ‘삼미 슈퍼스타즈’ 의 팬이었던 주인공이 등장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이,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 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간다.
그렇다면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 란 무엇일까?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치고 싶을 때 치고, 던지고 싶을 때 던지고, 뛰고 싶을 때 뛰는’ 야구다. 쉽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지금껏 보아온 TV 속의 야구는, 팅팅 부은 팔을 숨겨가면서 까지 공을 던지고, 아웃 당하는게 뻔한 상황에서도 1루 베이스를 향해 미친듯이 뛰는 것이다.
TV 속의 프로야구만 그랬을까? 동네 야구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끝날때까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스포츠맨쉽이며, 그것은 만국공통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 하나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질문을 던질 수 조차 없는 진리의 영역이었다. 취미가 스트레스로 변한 순간까지도, 누구 하나 말리지 않았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냐는 질문에는 그것이 ‘아마추어’ 의 자세라고 했다. 아마추어는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타고난 재능은 부족할지라도, 열정과 태도만큼은 프로와 같아야 한다.’ 는 답이 돌아왔다. 즉, 프로의 세계는 더욱 프로다워야 하고, 아마추어의 세계도 프로를 추구해야 한다. 어딜 가나 프로밖에 없다. 프로도, 아마추어도 아닌 자는 설 곳이 없는 세상이다.
키득거리며 책을 읽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마음이 어려웠다. 주인공의 친구 ‘조성훈’ 은 하루에 3시간만 우유 배달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책에서는 이 상황이 매우 행복하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지만, ‘소설이니 가능한거지’ 라는 냉소를 난 버릴 수가 없었다. 프로의 세계에서 0.188 이라는 승률을 거둔 삼미 슈퍼스타즈의 운명도 걱정됐다. 페이지 끝에 있는 ‘작가의 말’ 에서도 “실제 나의 삶은 소설 내용과 다를 바 없었다”는 작가의 고백을 들으면서도 멋있다기보단 그 사람 생계에 대한 걱정이 먼저 앞섰다.
그리고 이런 내가 불쌍했다. 쉴새 없이 달려가고, 달려가고, 또 달려가는 삶이 올바른 삶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다. 프로의 삶을 살거나, 혹은 최소한 지향이라도 하면서 살아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는.
그러나 무엇이 진정 나에게 떳떳한 건지는 생각조차 못하면서 살아왔다. 누군가에게 떳떳해지기 위한 행동 양식은 배워왔지만, 나에게 떳떳해지기 위한 방법은 결코 배우지 못했다. 이런 내가 참 불쌍했고, 동시에 우리 모두가 참 불쌍했다.
이 책은 결코 나태와 방탕함을 장려하는 책이 아니다. 한껏 지쳐온 나를 간호해주는 책이다. 평생아픈지도 모르고 살았온 내가, 골병들었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는 책이다. 지친 나를 치료해주는 것이 나태와 방탕이라면 얼마든지 오케이다.
나를 치료해주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런 것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보게 된다면 이 책을 읽은 시간이 결코 아깝진 않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