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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ㅈ가 Jul 14. 2020

편혜영의 <홀>을 읽고


짧고 굵은 소설이다. 편혜영 작가가 쓴 글이다. 물론 작가의 성함이 이렇다고 해서 소설까지 편한건 아니다. 철저히 불편한 소설이다. 독자를 불편한 세계로 편하게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소설의 세상에 직접 들어가서 모든걸 바로 옆에서 관망하는 기분이다.



‘홀’ 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남편(오기), 아내, 장모, 세 명이다. 오기와 아내는 여행 중 교통사고를 당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교통사고를 당한다. 아내는 불운하게 목숨을 잃고, 오기는 살았지만 신체 기능의 상당 부분을 잃는다. 의식은 있으나 걸을 수 없고, 말을 할 수도 없다. 완전히 회복될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오기는 일찍이 부모를 잃었기에, 유일한 친척인 장모의 간병을 받으며 생명을 유지한다. 하지만 간병이 간병이 아니다. 장모는 아내의 죽음을 이유로, 그리고 아내의 뜻을 이어받아 서서히 남편을 죽여간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침대 위에서 회복하고자 하는 오기와, 이를 방해하는 장모와의 갈등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이런 장르의 소설을 좋아한다. 오직 2-3명의 인물만 등장해서 그들의 이름과 배경을 헷갈릴 필요가 없는 소설 말이다. 책을 하루만에 몰입해서 읽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등장인물이 많아지면 자꾸 앞 페이지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게 싫다보니 나는, 다양한 군상의 인물들이 제 각각의 갈등을 펼치는 소설보단, 소수의 등장 인물간에 깊은 갈등을 다루는 소설을 좋아한다. 넓고 얕은 갈등보단, 좁고 깊은 갈등을 좋아한다.


몇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타인의 삶을 살다나온 기분이다. 타인의 내면 깊은 곳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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