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느낀 점들(feat.정직이 최선책인 이유)
우리는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은 두뇌 회전의 산물이다. 위기의 순간에서 어떻게 하면 상황을 유리하게 반전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또한, 우리는 아래 사람보단, 윗 사람에게 거짓말을 자주한다. 여기서 윗 사람은 부모나 직장 상사 등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는 해명해야 할 내용이 아랫 사람보단 윗 사람에게 더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각할 거리가 나온다. 우리는 '윗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데, 이게 과연 우리에게 유리하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나는 거짓말이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거짓말이 통할려면 그게 창의적이어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누군가가 이미 시도하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여기서 누군가는 윗 사람들이다. 부모나, 직장 상사도 우리와 비슷한 순간을 많이 겪었을 것이며, 가끔은 거짓말로 상황을 타개했을 것이다. 즉, 그들은 이미 우리가 할 법한 거짓말들을 시도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거짓말은 창의성이 없고 쉽게 읽힌다.
이렇게 머리를 쓰는게 들통이 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얄미움'이다. 윗 사람의 그릇이 넓어서 '얘가 어떻게 하다가 이런 거짓말까지 하게 되었을까... 참 마음이 아프다.' 라고 생각하면 다행이지만, 그런 경우는 없다. 거짓말은 그 자체로 거부감이 들기에, 이건 간파당하는 순간부터 얄미움이 치밀어오른다. 그리고 얄미우면 반박하고 싶어진다. 누군가를 반박할 때 우리의 논리성은 최고조에 오른다. 얄미움에서 비롯된 물오른 논리성은 거짓말을 조목 조목 분석하고 분해하게 한다. 거짓말을 떠올린 사람은, 나름의 논리와 개연성으로 만들었겠지만, 결국은 박살나기 마련이다. 그 거짓말이 얄미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상황을 반전시키는 게 진심이라고 믿는다. 진심은 반박하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 변명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흔히 하는 거짓말로 "갑자기 친구가 아파서 병원 데려다 주느라 늦었다." 등이 있다. 이건 듣는 순간부터 반박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다.
누군가가 아파서 급히 병원에 데려다주는게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질병이냐, 나이가 20대인데 갑작스레 아픈게 말이되냐, 그 당시 주변에 도움줄 사람이 너 밖에 없었겠느냐, 병원은 어디로 갔느냐, 거기 병원에서 여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 등 조목 조목 따지고 싶어진다. 반대로, 변명을 솔직하게 얘기한다고 생각해보자. "아침에 팀장님 전화를 받고 너무 좆같아서, 아무것도 안하고 더 자고 싶었다. 내가 너무 게으르게 준비했고, 그래서 늦었다." 이렇게 답하면 반박이 어렵다. 얼마나 ㅈ같았는지는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반박이 어렵다. 왜 그렇게 느꼈냐고 따질 수도 없다. ㅈ같아서 그랬다는데 어쩌겠나. 물론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얘는 기분이 ㅈ같으면 게을러지는구나' 와 같은 인식은 본인이 견뎌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얘는 수 틀리면 거짓말 한다."는 인식보단 낫다. 거짓말을 자주 한다는 프레임은, 그 사람이 얘기하는 모든 것을 의심하게 만든다. 모든 것에 의심을 받는다면, 본인이 먼저 그 관계에서 버티지 못한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