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가 요즘 들어 별거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난다고 합니다. 그러곤 기분이 안 좋을 때 뭘 하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투잡을 시작하더니 스트레스가 많아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간호사인 녀석이 그걸 어쩌지 못하는 걸 보면 제게도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그보다 저는 조언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고민과 책임을 내가 떠안는 것 같아 부담스럽고 당신이 알아서 하는 게 최선일 거라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망설임 없이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분이 안 좋을 때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저도 꿀꿀할 때 한두 잔 하곤 했습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저는 그럴 때마다 더욱 음울한 기분에 사로잡혀선 몸까지 축난 채로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가고 다음날을 후회로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후회들이 쌓이고서야 느낀 것은 술은 확성기 같다는 겁니다. 평상시라면 잔잔하게 들릴 내면의 소리를 키워서 가슴을 가득 채우게 합니다. 사랑의 소리도 그렇고 슬픔의 소리도 그렇습니다. 좋은 감정이라면 키우면 좋겠지만 구태여 안 좋은 감정을 키울 필요가 있을까요. 겪어봐야 아는 저는 몸도 마음도 많이 상했었습니다.
친구들과는 스트레스 푸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른 거 같다는 얘기를 어영부영하다 말았습니다. 한 시간 뒤 질문을 했던 친구는 술 한잔하자며 전화를 했고 전 거절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같이 농구를 하기로 하지 않았냐 너도 그냥 쉬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습니다. 결국 한잔 했는지 친구는 다음날 세 시간을 지각했습니다.
안 좋게 마신 술은 이런 식으로 탈을 내곤 합니다. 기분도 약속도 일상도 망쳐버립니다. 제가 지독하게 겪고서야 얻은 교훈을 친구는 겪지 않고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위로를 찾게 됐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기쁘게 술을 마시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의 건배가 축배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