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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Nov 30. 2022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

아이답지 않은 아이에게 애늙은이라고 부르곤 한다. 아이답지 않은 것은 뭘까.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똑똑하다거나 현실적이라거나 세상 물정을 안다거나 세상 때가 묻은듯한 느낌이라 하면 될 것 같다. 쨌거나 보통 아이다운 아이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아이에게 애늙은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럼에도 아이는 아이다. 아무리 세상 때가 묻어도 그럴 수밖에 없다. 주인공 모모는 그런 아이다. 세상 때가 잔뜩 묻은 애늙은이이자 아이답지 않은 아이다. 애늙은이의 시선에 세상은 모순 투성이다. 여자이고 싶은데 자연의 법칙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여장남자, 당시에는 끔찍했을 과거를 행복으로 여기고 그리워하는 로자 아줌마와 부모가 누군지 모르고 태어나 보니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부여된 정체성이 껄끄러운 주인공 스스로가 그렇다.

이런 모순들을 계속해서 비웃으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주인공 모모는 작가의 의식을 그대로 반영하는듯하다. 작가가 누군지가 뭐가 중요하냐 작품이 중요하지라는 로맹 가리이자 에밀 아자르 스스로의 말을 확장해서 생각해 본다면 세상이 강제로 부여한 프레임이 뭐가 중요한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라고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삶을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만이 우리를 살아가고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작품의 마지막 문장인 사랑해야만 한다가 유난히 울림 있게 읽혔다. 사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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