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보내준다는 말이 있다. 그 말에는 사랑하는데 왜 보내냐는 말이 가끔 따라붙는다. 사랑하지만 보내는 행위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다는 뜻이다. 어쩔 수 없음이 생략된 것을 생각 못 하면 저런 말을 덧붙이곤 한다. 행동이나 선택이 언제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을 봐야 한다.
작품 내내 주인공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처음 일본으로 가야 하는 때는 그리 오래 고민도 하지 않고 당연하듯 가기로 한다. 도착하자마자, 그리고 내내 그는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 선택은 배교다. 배교하지 않으면 농민들이 죽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침묵하는 절대자에 대한 신앙적 고뇌는 생생히 처절하다.
신의 침묵에 대해 한창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전지전능하다면서 왜 지천에 널린 슬픔에 대해 침묵하냐는 아주 단순하고 유치한 생각이었다. 무교라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그랬다. 그런 나에게도 그리스도의 사랑이 어떤 식인지 조금 알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