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지만 보이는 것이 있다. 요즘 같은 특히 복잡한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극이 범람하는 현대에서는 무엇도 제대로 볼 수 없다. 얼룩이 가득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 아니듯이.
책의 제목인 그곳이 어디든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곳이 어디든 다음에 생략된 말은 무엇일까. 상관없다일까. 아니면 천국이나 지옥이 다닐까. 아니면 마음먹기에 달렸다일까. 부질없다 같기도 하고 모호한 듯 전부 맞는듯하다.
작가는 그간 여러 작품에서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는 이방인의 삶을 그려왔다. 그런 삶에 필수로 따라오는 외로움 속에서 끊임없는 질문들을 통해 이방인의 삶은 특별한 상태가 아닌 삶이 원래 그런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제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