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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Aug 11. 2021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동네 카페에 걸려있는 그림. 주인이 직접 그렸을거다.


우선 글이 참 잘 읽힘을 느꼈다. 고전을 읽을 때면 현대에 잘 안 쓰이는 단어들이 나와서 헤매거나 어색한 번역투, 우리와 다른 화법 때문에 읽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이 책은 그런 불편함이 딱히 없었다.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읽기 쉽게 쓰는 걸로 유명한 작가였다.

그저 읽기 쉬움만이 아니었다. 작품 내에서 전의 글이 묘사를 뚜렷하게 하지 못한 것 같다며 시작하는 부분이나 이게 만약 소설이었다면 이야기를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능청스러움 혹은 기술이 놀라웠다. 참 능글맞은 글이었다.

다만 등장하는 여성들이 하나같이 논리란 없고 애정이나 질투, 허영 등의 감정에만 휩쓸려 말하거나 행동하는 묘사들이 아쉬웠다. 당시의 여성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 에놀라 홈즈에서 남자를 병신들로 묘사한 게 아쉬웠는데 이거는 이거대로 아쉬웠다. 고전이니 어쩔 수 없으려나. 야한 장면이 전혀 없는데 야릇하게라는 표현은 왜 이리 많이 나오는지도 의아했다.

책이나 작가에 대해 전혀 모르고 그냥 추천받아 읽은 책이었다. 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쓴 책이라는 건 중간 정도 읽고 나서 알게 됐다. 잘 모르기도 하고 온전히 책에 집중하고 싶어 별 관심을 두진 않았다. 전기가 아니니 알 필요 없을 것 같았다. 다 읽고 나서 고갱과 스트릭랜드의 삶을 비교해보는 정도는 재미있겠다.

오스카 와일드는 실패했던 속세와의 단절을 해내고 예술가의 혼을 불사르는 스트릭랜드의 순교자의 삶이 인상 깊다. 예술혼을 불태우는 것 말고는 관심 없던 스트릭랜드는 멀어버린 두 눈으로 그가 찾고자 하는 진리를 보게 됐을까. 달과 6펜스라는 제목에서 오는 대조처럼 스트릭랜드와 부인의 말년은 극명히 다르다. 누가 더 잘 살아왔을까. 수많은 고민을 안겨준다.

간추리자면 정말 좋은 책이다. 잘 읽히면서 가볍지 않고 흥미롭다. 이상 뭐가 더 필요할까. 가장 좋았던 건 글에서 내 말 같은 부분이 너무나 많았던 거다.  읽다가 놀라는 일이 자주 있었다. 작가의 생각이 담겼을 부분을 읽다 보면 내가 평소 자주 하던 생각이나 말이 비슷하게 적혀있던 게 굉장히 놀라웠다. 어느 부분인지 밝히지는 않겠다. 시공간을 뛰 넘은 공감이 너무나 반가웠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 참을 수가 없다. 면도날이라는 작품도 유명하던데 이 역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다. 빠른 시일 안에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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