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권력의 교체에 대한 이승우식의 우화소설. 색다르고 강렬하다.
<하얀 길>
그곳이 어디든의 단편 버전이라 해도 될까나.
<해는 어떻게 뜨는가>
권력은 지배하는 자의 힘이다. 그러나 그것의 근원은 지배받는 자들이다. 권력은 지배받는 자들이 지배하는 자에게 주는 것이다.
<미궁에 대한 추측>
신화와 사실 사이의 수렁에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상상에서 피어나는 것은 역사가 될 수도 예술이 될 수도 있다.
<수상은 죽지 않는다>
권력은 만들어질 수 있다. 아니, 권력은 만들어진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종종 봐온 권력에 의한 폭력에 희생되는 쓸쓸하고 무력하게 사라지게 된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결말이 인상 깊다.
<일기>
안과 밖, 교도소와 바깥세상의 대비를 구분하는 틈에 선 자의 허탈하고 씁쓸한 시선에 대한 이야기.
<홍콩 박>
먼 곳을 볼 때면 가까운 곳은 잘 보이지 않는다. 먼 곳을 바라보느라 가까운 곳을 보지 못한다. 먼 곳만을 보느라 망가지는 자신을 바라보지 못한다. 그런 홍콩 박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나.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없다고 할 수도 없지 않을까. 재미로는 이 단편이 일등.
<동굴>
”이 피를 깨끗이 씻어 버릴 수가 있을까?
아니야, 이 손이 오히려
저 넓고 넓은 바다를 빨갛게 물들여
파란 바닷물을 핏빛으로 바꾸어 놓을 거야.“
-맥베스-
한 인간이 인간과 인간의 수평적 관계에서 벗어나 수직을 향하고자 할 때 신성함이 필요하다. 이 신성함은 없던 것이니 만들어져야 한다. 올라가려는 자는 스스로 만들 수 없기에 그간 올라가지 못했다. 신성함은 다른 누군가에게 만들어져야만 한다. 그리고자 하는, 쓰고자 하는 예술과 멀어진다. 작품 해설에는 “작가는 권력에의 저항이 필경 맞이하게 되는 재앙의 자리에 사 솟아오르는 예술의 의미에 대해 천착하기 시작했다. 그 예술은 불온한 예술이다”라고 써져있다. 불온한 예술은 예술가의 다리를 묶어서 날지 못하게 한다. 장편이 더 어울릴 작품인데 분량이 이 책 안에서 가장 많긴 하다.
이승우 작가의 단편집 중 가장 강력하게 느껴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