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누구나 스스로가 고장 난 것 같을 때가 있다. 무기력을 만들어지는지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만 잔해로 남겨져 안개를 헤매는 청춘은 어딘가에 이렇게들 있다.
<줄광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광대의 자식은 광대가 된다. 광대의 기술만이 아니라 운명까지 전승된다.
<바닷가 사람들>
바다로 가지 않으면 살 수 없는데 바다로 가면 죽게 된다. 어디 하나 발 디딜 곳 없는 삶의 모양. 삶은 이런 모양으로 참 서글프다.
<병신과 머저리>
도피는 문제의 해결이 절대로 될 수 없다.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내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부딪혀서 깨부수고 나아가야만 문제는 해결된다. 무기력하게 침잠해가는 머저리보다는 극복해나아가려는 병신이 낫다. 형만 한 아우 없다 했던가. 그러나 형과 동생은 대결을 하는 사이가 아니다. 후반부 형의 욕지거리에서 동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이 느껴졌다. 나도 내 동생의 형이기에. 다만 내 동생은 머저리가 아니다. 시대상을 대입해서 읽어봐도 참 여러모로 쓰라리게 읽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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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읽어대다 보니 결국 이청준 작가의 첫 작품에 도달했다. 이승우 작가가 본인의 유일한 문학적 스승이라 하셨던 분이다. 단편집 하나만 읽었는데도 이런 곳에서 영향을 얻었구나가 보였지만 아직 문학을 보는 눈이 어두워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독후감을 쓰지 못한 편들도 내 이해와 글재주가 부족해서 못썼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다 읽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넓게 읽어가며 문학을 읽는 눈을 넓히는 것의 필요성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