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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Sep 23. 2023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박찬국

“니체를 읽으시나 보군요“

아주 오래전 일이다. 자주 가던 펍에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친구들과 아지트처럼 드나들던 곳인데 이상하게 그날은 혼자였다. 그곳은 세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바 자리가 있다. 그래서 혼자 가도 부담 없었다. 사장님들과 친한 사이라서 더욱 그랬다. 주문한 잭콕 한 잔과 서비스로 주신 여러 데낄라를 마시고 있는데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내 또래였고 덩치가 컸고 웃는 상의 호감 가는 사내였다. 그가 들어왔을 때 이미 나는 취해있어서 어쩌다 대화가 시작됐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린 열띠게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다. 다음날 기억에 남은 건 그가 내게 했던 저 한마디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책을 전혀 읽지 않고 술독에만 빠져 살던 시기였다. 나의 무슨 말이 그에게서 저 말이 나오게 했는지 궁금해서 언젠가는 니체 철학을 읽어보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마음이 실천으로 옮겨지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책 읽는데도 순서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검색해 보니 이 책이 니체 철학의 입문서로 읽기 좋다 하여 읽게 됐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입문서라고만 말하기에는 아깝고 그 자체로 너무 좋은 책이다. 어려운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기 쉽게 풀이하면서 그것과 작가 본인의 삶과 생각을 조화롭게 풀어낸 좋은 에세이다. 작가가 몇 번 언급하는 본인의 고등학생 시절 성장통 부분은 특히 공감이 갔다.

앞으로도 내가 그날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어쨌거나 그날의 대화는 분명 좋은 대화였을 것이다. 삶과 운명을 사랑하는 두 사내의 대화였을 것이다. 꾸준히 읽고 쓰며 나를 단련해나야겠다. 그 과정에서 두고두고 다시 찾을 책이다. 니체의 책들도 이제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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