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꿈에 키웠던 구피들이 나온다. 키울 생각은커녕 관심조차 없었는데 갑자기 키우게 됐던 구피였다. 아이들은 나의 작은 실수에도 아파했고 죽어나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숨어서 울곤 했다. 그랬던 구피들이 간만에 꿈에 나왔다. 새끼손가락 크기 정도만 돼도 큰 편인데 꿈에서의 아이들은 내 팔뚝 만했다. 마치 잉어 같았지만 단번에 내가 키우던 아이들인 걸 알아볼 수 있었다. 어떻게 알아볼 수 있었는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설명할 필요도 없다. 설명해 줘도 나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고고히 헤엄치던 구피들은 나를 발견하고선 제자리에 멈춰 섰다. 나를 바라보던 구피들의 눈에는 이해하기 힘든 무언가가 담겨있었다. 나는 좀 더 눈을 잘 마주치기 위해 어항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들의 눈빛은 일관되게 이해하기 힘든 무언가가 담겨있다. 나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내가 키우던 구피들과 눈을 마주치는 건데 왜 그것이 버티는 것이 된 걸까. 꿈속의 구피들은 말을 못 한 거였을까 안 한 것이었을까. 나는 어항 앞에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