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책을 도대체 왜 읽는 거예요?"
최근 들었던 말 중에 가장 황당했던 말이었다. 내가 틈만 나면 책을 붙잡고 있는 걸 봤다는 회사 선배의 질문이었다. 쉬는 시간에만 읽는 걸 그도 알기에 업무시간이나 회사에서 책을 읽지 말라는 경고가 담긴 말은 아니었다. 그는 진심으로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이해 안 되는듯했다.
책에 관한 질문을 받고 태어나 처음으로 말문이 막혀본 것 같다. 속된 말로 마가 떴다. 책을 왜 읽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느낀 것은 황당이 아닌 당황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듯 대답하고 말았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는 대답이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었다. 당장의 사실이기도 했다. 서점에 구경 갔다가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폭풍의 언덕 때문이었을까. 어릴 때 엄마가 사준 만화로 읽는 현대문학 전집 때문이었을까. 셜록 홈즈 혹은 데미안. 아니, 생의 이면 때문인가.
읽기 시작한 이유는 뭐든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왜 계속 읽는지다. 선배의 질문은 내가 계속 읽기 때문에 태어났다. 아직은 모르겠다. 왜 책을 읽냐는 질문을 언젠가 다시 받았을 때는 좀 잘 대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