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늦게까지 마셨는데도 오늘처럼 멀쩡한 날이 있고 얼마 전처럼 얼마 안 마셨는데도 맛이 가는 날이 있다. 뭐가 다른 걸까. 고량주 핑계를 대기에는 오늘도 그런 술이 자리에 있었다. 그렇다면 술은 핑계가 될 수 없다. 맞게 인용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같은 조건 안에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나. 저번과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조건이었다. 비슷한 조건이지만 너무나 다른 결과를 얻었다. 전혀 취하지 않았다. 나는 어느 하나 기대하지 않았다. 또 지독하게 술에 잡아먹히는 것도, 오늘처럼 마셔도 마셔도 맨 정신인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어느 하나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그럼 어떤 상태일까. 나는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나는 무엇을 원해야 할까.
연말 술자리는 오늘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