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어터질 것 같던 국제 도서전에서 알게 된 책이다. 유명한 출판사에서 내놓는 책들은 안 봐도 뭔지 다 아니까 상대적으로 작은 출판사의 부스들이 모여있는 곳만 돌아다녔다. ’오히려 이쪽이 볼게 많구나‘하며 내가 몰랐던 더 넓은 책의 세상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그럼에도 책을 사지는 않았다. 집에 이미 잔뜩 쌓여있는 책들 때문에 올해 국제 도서전에서는 책을 사지 않을 작정을 하고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책 읽는 고양이 출판사의 부스를 지나가는데 그리스 로마신화라는 제목에 꽂혀 발걸음을 멈췄다. 자세히 보니 ‘일상이 그리스 로마신화’였다. 제목만 봐도 재밌을 거 같았는데 읽고 보니 정말 그랬다. 제목처럼 우리 일상의 곳곳에 있는 신화의 흔적을 사람 냄새나는 유쾌한 글로 풀어낸 책이었다. 글도 좋은데 작가가 직접 찍은 다양한 사진들 덕에 책이 더욱 풍성하다. 작가가 얼마나 그리스 로마신화에 진심인지 느껴졌다. 국제 도서전은 이런 책을 만나려고 가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다음 책들이 나올 거라고 하는데 기대된다.
이 책뿐만 아니라 책 읽는 고양이 출판사의 책들이 유독 재미난 게 많아 보였다. 유일하게 좀 오래 서서 구경하고 들춰봤던 출판사였다. 다른 책도 하나 더 샀다. 나랑 아무 관련 없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