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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Sep 06. 2024

일요일

믿는 자는 믿기 때문에 묻지 않고 믿지 않는 자는 믿지 않기 때문에 묻는다는 글을 읽었다. 나는 아무래도 믿지 않는 사람이다. 엔도 슈사쿠의 <<침묵>>은 훌륭한 소설이다. 그러나 거기서 말하는 사랑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전지전능한데 왜 아픔을 함께하는 형태의 소극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는 건가. 그것은 전지전능하지 않거나 방관하는 자의 변명으로 보인다.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대하는 마음과 같아 보이기도 하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은,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비틀려버린다.

나를 내어주고서라도 당신으로 나를 채우는 마음, 완전함을 향한 불완전함들의 열정, 아끼고 소중히 대함. 이런 것들이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다. 쓰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결국 사랑은 나보다 너를 아끼는 마음이라는 거다.

날 때부터 앓던 병 때문에 고통스러워 자신의 어머니에게 ”나 죽여줘 엄마.“라고 말하는 아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날 이후로 나는 믿지 않는 사람이 됐다. 나는 믿지 않기 때문에 묻는다. 믿지 않기 때문에 물음은 의심으로 줄여 쓸 수 있다.

나는 일요일이면 항상 늦잠을 자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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