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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Oct 03. 2024

미셸 투르니에, 『짧은 글 긴 침묵』

몇 번을 읽다 접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게으른 독서로는 “안이하고 게으른 독서를 용납하지 않는“ 이 책을 읽기에 좀 버거웠다. 그렇게 접어놓기만 하고 구석에서 삭아가는 책이 한가득이지만 이 책은 어떻게든 다 읽고 싶었고 우선 한번은 읽었다. 한번 읽은 책을 독후감으로 쓰는 걸 꺼려 한지 좀 됐지만 남길 수 있는 것은 좀 남겨보려고 한다.

1.

왜 읽기 힘들었을까. 그의 글은 자유롭게 뻗어져 나간다. 눈부신 감수성과 생각의 깊이에서 나오는 글은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듯하다. 나의 짧고 얕은 내면으로 그를 쫓아가는 게 아직 무리였던 걸까. 그럼에도 홀린 듯 읽던 부분들이 있었다. 저번에는 느끼지 못했던 찬란한 감수성과 유머를 느꼈다. 다음에 읽을 때는 그런 부분이 더 늘지 않을까. 다음번에 다시 읽게 됐을 때는 어떨까. 그 다음번을 위해 소중히 간직할 책이다.

2.

책을 읽는 내내 친절한 텍스트에 대한 고민을 했다. 잘 읽히는 게 좋은 책이고 글일까. 독자는 그저 잘 읽히는 글만을 원할까. 아니면 좀 읽기 힘들더라도 작가의 사상과 감정을 순수에 가깝게 그대로 구현해놓은 텍스트를 바랄까. 답은 없거나 각자의 답이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이 책은 방만한 독서를 허용하지 않는 책이다.

3.

쓰는 건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이 작가처럼 쓰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나의 생각이 순수에 가깝게 글로 표현된 글. 이렇게 쓰고 싶다. 그러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읽어나가고 써나가는 것뿐이지 않을까.

아무튼 소중히 평생 간직할 책이다. 읽다만 『마왕』도 빠른 시일 내에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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