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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감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by 김감감무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어른들의 응원의 형식을 한 강요로 인해 스스로를 잃은 채 공부하는 기계가 되어버리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 책 또한 그렇다. 헤르만 헤세 본인의 학창 시절을 투영한 인물 한스는 어른들의 기대로 인해 좋아하던 낚시와 자연을 뒤로한 채 자기 자신을 잃어가며 공부에만 전념한다.


힘들었던 시험을 통과해 들어간 신학교에서 권위에 저항하고 교육을 비판하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 하일러를 만난다. 그와의 우정은 삶의 버팀목이자 지향점이 되어주었지만 어른들의 눈에는 방황으로만 비친다. 결국 퇴학당하고 마는 하일러의 마지막은 실패로 끝난 신학교 탈출의 작가 본인의 경험이 남긴 상처의 고백이자 인간소외적인 당시 교육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이 이야기가 쓰인 지 백 년도 더 됐는데도 달라진 것은 크게 없는 것 같다. 왜 모든 좋은 것은 과거에만 있을까, 왜 이런 생각을 이렇게 어린 나이에 하게 될까, 좀 더 아이로 머물 수는 없을까, 같은 생각은 지금의 우리도 누구나 청소년기를 거치며 해봤을 생각들이다. 헤세의 자전소설에서 우리 또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이야기는 삶에 대한 것이다. 모든 삶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이야기가 이야기되지는 않는다. 이야기되지 못한 채 이야깃거리로 만 존재하다가 잊히고 마는 이들도 있다. 시대를 관통해 존재하는 이런 이야기가 이야기되지 못한 이야기 거리들을 밝혀주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아직도 고등학생으로 남아있는 내 친구 Y가 많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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