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뜸 나타난 마녀들은 맥베스에게 그가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말이 모호하다며 붙잡으려는 맥베스를 두고 마녀들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금지된 것을 상상하게 된 맥베스는 고뇌에 빠진다. 금기가 유혹이 되어버린다. 금기를 어기는 것을 상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금기가 그대로 금기로 남았더라면 고뇌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녀의 말이 금기를 어기는 것을 상상하게 했다. 선악과를 따먹게 한 뱀의 말처럼, 유혹에서 태어난 상상은 달콤함은 과장하고 벌은 잊게 한다.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듯 시역으로 왕이 된 맥베스는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자에게 목숨을 잃는다.
지난 세월 금기를 어긴 이들이 맞이한 파멸의 이야기가 준 교훈들은 잊힌 채 또 다른 파멸이 반복되고 또 반복됐다. 문학은 거울이라 했던가. 문학으로 우리 자신을 볼 수 있으나 정작 봐야 할 이들은 보지 않는다. 금지된 것은 언제나 달콤함을 지닌다. 그 달콤함이 약속된 파멸과 함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시역을 앞두고 망설이던 맥베스를 다잡아준 맥베스 부인에게서 누군가가 보였다. 어떤 이야기가 수백 년이 지나도 살아남는 이유는 시대와 상관없이 인간 본연의 무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란 걸 또 한 번 느꼈다. 간만에 다시 읽은 건데 역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