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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감

이승우, 『사랑이 한 일』

by 김감감무

어떤 글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될 때 우리는 문장의 머리로 돌아가 다시 읽어본다. 그래도 안되면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서 다시 읽어본다. 그러나 아무리 다시 읽고 또 읽어도 이해가 안 가는 글이 있곤 하다. 어떤 글이 사랑하는 아들을 바칠 것을 요구받은 아버지의 이야기라면, 그래서 사랑하는 아들을 제단에 올려놓고 배를 가르려던 아버지의 이야기라면, 바칠 것을 요구함으로써 시험을 내린 이가 시험을 받은 이가 된 이야기라면 어떨까.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도 의문이다.


이승우는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그것을 이해해 보려 한다. 책 속의 반복되고 기어가는듯한 문장은 "읽을 때마다 마음이 오그라들거나 찡그려"진다는 창세기를 이해해 보려는 시도의 증상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바칠 것을 요구받은 아버지와 그것을 요구하는, 바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바치는 것과 다르지 않아지는 상황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작가와 함께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랑을, 사랑이 한 일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자가 된다. 신의 텍스트를 인간의 텍스트로 다시 써내며 사랑과 인간과 신의 관계를 집요하게 탐구한 이 책은 퇴색되어가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사랑은 무엇을, 얼마만큼, 어디까지 가능하게 하고 불가능하게 할까.


사랑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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