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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감

최강욱, 최강혁,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by 김감감무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어디서도 정치 얘기를 잘 하지 않는 류의 사람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것 같다. '다른' 정치적 성향을 '틀린'것으로 간주하고 죽이려 하는 어른들을 보며 자라온 세대라서 그런가. 남 탓을 하는 것 같아 좀 치사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사람들을 웃기려고 정치인 성대모사만 좀 하는 편이다.

술에 취하면 조금 하는 것 같다. 어느 날 술을 마시고 나서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던 때가 생각난다. 가는 내내 정치 얘기를 하는 택시 기사가 짜증 나서 “우리나라에 진보 정당이 어딨습니까. 선생님.” 하고 짜증을 낸 적이 있다. 무슨 대화 끝에 그런 말을 뱉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기사님과 내가 쓰는 정치 용어에 불일치가 있었던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접하는 '진보'와 '보수'라는 단어와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쓰이는 '진보', '보수'에 설명하기 어려운 괴리 혹은 불일치 같은 것을 자주 느꼈다. 작가는 두 단어가 오염되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그리고 차근차근 알아야 할 것들부터 쉽게 풀어 이야기해준다.

굉장히 친절하고 심혈을 기울여 쓰신 책이라는 인상을 읽는 내내 받았다. 핵심 독자를 이십 대 초반 즈음으로 잡으셨다는데 읽어보니 누구나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우리는 모르거나 애매한 단어는 사전에 찾아보면서도 왜 진보와 보수에 대해서는 그냥 어렴풋이 알고 있는 채로 그냥 남발할까. 그래서는 안된다. 말장난으로 국민을 속이는 정치인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태어나기 전부터 나는 이런 책을 찾아다녔다. 쉽게 쓰여서 술술 읽기도 좋은,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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