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이승우,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by 김감감무

제목과 작가의 말에서부터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보르헤스와 『한중록』의 어떤 기운을 빌려 썼다."라는 작가의 말은 내 개인적인 예상이 현실이었음을 말해준다. 그 예상이자 현실은 소설과 현실 사이의 벽 혹은 틈을 자꾸만 긁어대는 보르헤스적 기법의 소설일 것이라는 것. 그러나 그리 짙지는 않다. 중요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연애소설이라는 것. 이곳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책은『식물들의 사생활』의 발매 이후인 2005년에 세상에 나왔다. 두 책 모두 이곳에서 허락받지 못해 저곳을 향해야 했던 사랑 이야기인데 하나는 여전히 두루 읽히고 하나는 절판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뭘까. 심지어 『식물들의 사생활』은 2000년, 즉 먼저 나온 책이다.

사실 책이 절판으로 남아있는 데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다고 배웠다. 그래서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본인께서 좀 아쉬운 작품이셔서 그대로 두는 것이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조심스레 해본다. 『식물들의 사생활』에 비해 주인공 커플의 사랑이 좀 약하게 느껴진다 해야 하나. 취화당이라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설정에 비해 인물들의 심리가 좀 공감이 안 간다해야 하나. 여자 주인공에 대한 서술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다른 인물들도 좀 아쉽다.

안 좋은 소설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아쉬울 뿐이다. 중고시장에서 삼만원~팔만원 정도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던데 그 돈 주고 사긴 좀 그렇다.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나중에 다시 나온다면 제값 주고 사면 될 책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선아, 『애도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