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라는 문장이 어느 순간 떠올라 머리에 박혀있는지 오래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 방학에 죽은 친구를 떠올리며 쓰던 습작에서 나는 그 문장을 처음 썼다. 나는 친구의 아픔을 알지 못했고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존재했고 친구는 떠밀리듯 세상을 떠났다.
애도는 손안의 모래알 같다. 붙잡으려고 애쓰지 않으면 모두 손을 떠나 언제 있었냐는 듯 잊힌다. 타인의 죽음은 신경 쓰지 않으면 금세 잊힌다. 언급되고 기록되어야만 하고 계속되어야만 하는 그런 아픔과 죽음이 있다. 저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아픔과 죽음을 다루는 예술가와 철학자들의 저서, 작품을 전하며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이들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고자 한다. 따뜻한 마음에서 쓰인 책이라 좋았지만 현학적인 문체와 너무 많은 인용은 조금 아쉬웠다.